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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호주)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본 감동

by blondjenny 2020. 9. 16.

시드니를 여행하기로 하면서 가장 먼저 보고 싶은 건축물이 바로 오페라 하우스입니다.  오래 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 외관만 한 번 보고 거기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기도 했지만 내부를 설명과 함께 둘러볼 기회는 없었습니다. 

다행히 이번에는 내부를 보여준다 길래 잔뜩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멀리서도 하얀 지붕이 매우 인상적이라

시드니를 대표하는 건물이지만 가까이서 본 건축물은 정말 거대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습니다.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선정되었습니다. 

 

오페라 하우스는 시드니의 상징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하나입니다.  1940년대 말, 오페라와

콘서트를 공연할 수 있는 공연장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드니 시민들은 주 정부에 극장 설립을 의뢰했습니다. 

뉴사우스 웨일즈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1957년 국립 오페라 하우스 설계를 공모했고, 이 공모전에는 전 세계

32개국에서 232점의 작품이 응모했는데, 그중 덴마크 건축가 욘 웃존의 설계가 최종 선발되었습니다. 욘 웃존

(1918-2008)은 당시 38세의 별로 알려지지 않은 덴마크의 젊은 건축가였습니다.  웃존은 어느 날, 부인이 까 놓은

오렌지 조각을 바라보다가 그 형태에 자극을 받아 몇 가지 스케치를 하여 국제 현상 설계에 응모했다고 합니다.  

흔히 조개 껍질 모양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은 오렌지 조각 모양이 맞답니다.  웃존은 설계안이 당선된 이후 

호주로 날아와 건축 총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1년, 2년, 3년, 공사는 진행되어 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식으로 지붕과 벽이 일체형으로 둥글게 연결된

대형 건물은 당시 50년대, 60년대까지는 세계적으로 건설해본 적이 없는 형태라 전 세계 이름 있는 많은 구조

전문가나 엔지니어들이 공사 방법과 자재, 장비 등에 대한 토론과 실험과 또 그에 따른 시행착오에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되었습니다.  부풀어 오른 돛 같은 모양은 단단한 철근 콘크리트로 만들어져야 하고 이러한 종류의

지붕이나 벽의 형태는 지어진 적이 없었던 터라 공사 비용 추정이나 공사 기간을 미리 정한다는 것 자체가 

당시 50-60년대에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합니다.

 

공사비가 예산안을 너무나 초과하게 되고 공사 기간은 계속 연장되어 가면서 결국은 공사 발주처인 주 정부와

건축 총 책임자이자 설계자인 웃존 간에 알력이 생기게 됩니다.  공사비는 당초 700만 호주 달러를 예상했지만 

어느 새 10배가 훌쩍 넘는 1억 호주 달러를 넘어서고 5년으로 예정되었던 공사 기간도 결국 2배 이상으로

연장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조개껍질 모양의 제일 높은 곳은 바닥에서 68m에 달하고 껍질 지붕과 대형 유리

부분이 벽의 기능을 하여야 하니 공사 방법이 더 어려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사 방법을 연구, 개발하고

시험하는 시행착오에 8년이나 소비하게 되었고, 둥근 지붕을 덮게 되는 자기로 된 타일은 가까이에서 보면

무광의 베이지색 타일과 유광의 흰색 타일이 배열된 형태입니다.  이 타일들은 특수 제작하여 때가 잘 타지 않고, 

빗물만으로도 먼지가 충분히 깨끗하게 씻겨 나가기 때문에 따로 닦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타일의 개수는

100만개가 넘으며 개발에만 3년이 걸렸습니다.  또한, 내부에서 밖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창들은 대부분 45도쯤

기울어져 있는데, 이는 밤에도 밖을 잘 볼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급기야 1966년 2월, 새로운 주 정부에 의하여

모든 공사비의 지출은 중지되고 웃존은 발주처로부터 사퇴 압력을 받게 됩니다.  막대한 건축비 지출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 호주 정부에서는 복권을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새 정부는 웃존에게 실내 공사비를 줄일 수 있는

타협안을 제시하라고 했지만, 웃존이 한 마디로 이를 거부하자 건축주인 호주 정부는 웃존을 건설에서 제외하고

세 명의 젊은 호주 건축가에게 작업을 맡겼습니다.  웃존은 시드니를 떠나면서 다시는 자신이 설계한 오페라

하우스로 돌아오지 않겠다고 맹세했습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1973년 10월 20일 엘리자베스 2세가 직접

참석한 가운데 준공식이 거행되었는데, 웃존은 자신이 공언한 대로 준공식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착공한 지 14년 만에 완공된 오페라 하우스는 1973년 개관한 이래, 세계에서 공연이 가장 많이 열리는 예술 센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현재 1,547석의 오페라 극장과 2,679석의 음악당을 비롯해 여러 개의 극장, 전시관, 도서관 등이

있습니다.  대형 공연장답게 오페라 외에도 뮤지컬, 콘서트 등의 공연이 매년 개최됩니다.  그러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웃존의 설계를 줄이고 생략하고 단순하게 만들었지만 방문객과 오페라 하우스 출연자들은 한결같이 장소의

협소함, 너무 높은 계단, 너무 작은 홀, 형편없는 음향시설 등에 불평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건축물은 고전

오페라를 올리기에는 부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그래서 근래 웃존의 원래 설계대로 오페라 하우스의 내부

건축을 되살리자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단 들어가는 입구에 우리나라 기업 삼성이 주 파트너라는 문구와 함께 전광판에 삼성이라는 글자가 계속 번쩍거려

뿌듯하고 자랑스러웠습니다.  마침 한국 관광객을 위해 한국인 내부 해설자 여자 분이 나오셔서 한국어로 내부 

설계와 구조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 주시니 편안히 감상할 수 있어 그것도 좋았습니다.  멀리서 보면서 막연히

하얗고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축물이 실제로 많은 시행착오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지금까지 이렇게 빛을 발하는

걸 보면서 힘들었지만 가치 있는 일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흐뭇한 마음으로 그곳을 떠났습니다.

 

*위 사진은 저녁에 배를 타고 찍은 것입니다.  낮에 바로 앞에서는 전체를 담을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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