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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남미)

멕시코 여행

by blondjenny 2009. 11. 4.

 

 

이번에는 멕시코를 여행한 얘기를 할까 합니다. 2004년 8월 미국 뉴저지에 살 때 방학을 맞아 남편이

1월부터 근무 중인 멕시코시티를 3주일 정도 방문했고, 그 후 2005년 2월에 러시아로 이사를 하기 위해

이삿짐을 싸러 한 1주일 다시 방문했었습니다. 처음 멕시코에 갔을 때는 앞으로도 구경할 기회가 많을

것 같아 열심히 보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다음 해 6월 아이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아주 멕시코에 와서

1-2년은 살 줄 알았거든요. 그러나 회사의 사정으로 남편이 2005년 1월에 러시아 모스크바로 발령을

받는 바람에 저의 멕시코 생활은 한 달 간의 여행이 전부가 되고 말았습니다.

어쨌든 저와 작은 아이는 그해 여름에 멕시코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대학 입시를 앞두고 있어 불안한

마음으로 책보따리를 끼고 멕시코시티 공항에 내려 입국심사를 거쳐 짐을 찾았는데, 가만히 앞 사람들을

보니 짐을 검사하는 곳에 들어서서 파란불이 켜지면 그냥 패스고, 빨간불이 켜지면 짐을 다 풀러서 검사를

받더라고요. 그래서 되도록이면 앞 사람이 빨간불이 들어온 다음이면 파란불일 가능성이 커서 마음을

졸이며 줄을 섰지요. 다행히 파란불이 나와 검사없이 공항을 빠져나왔습니다. 특별한 물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제가 다음 해 멕시코에 다시 올 때까지 남편한테 필요한 고추장, 된장, 김, 멸치 같은 한국 음식물을

갖고 갔는데 괜히 다 풀고 다시 싸려면 눈치도 보이고 불편할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공항을 나오니 남편과

멕시칸 기사가 마중을 나와 있어 안심을 했습니다.

우리는 공항서 집까지 가는 동안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차창 밖의 색다른 풍경에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는 고층 빌딩이 즐비했고 대리석이 흔한 나라인 만큼 아파트 바닥이 모두

대리석으로 되어 있더군요. 그러나 부엌의 싱크대나 조리대 같은 곳은 마감이 깔끔하지 않고 어딘가

엉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저희 집은 초고층에 자리 잡아 아파트 베란다 문을 열면 발 아래 숲이 우거져

있고 열대지방이라 열대성 식물인 유도화같은 꽃들이 곳곳에 피어있어 쾌적한 날씨와 함께 아름다운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물론 길거리에는 구걸하는 사람들도 많았고 빈부의 격차도 심해 정말

잘 사는 현지인들은 담도 높은 대저택에 살고 가난한 사람들은 일용직이나 여기서는 '무차차'라고

부르는 가사도우미를 하며 그날 그날 생계를 잇고 있었습니다. 열대지방이라 그런지 멕시칸들은
행동도 느리고, 저축의 개념도 별로 없어 돈을 받으면 바로 술마시러 가거나 춤추러 가고 다음 날은

결근하는 일도 많다고 합니다. 아무튼 우리는 남편에게서 멕시코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설렘으로 첫 날 밤을 보냈습니다.
*위 사진은 하늘에서 바라본 멕시코시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