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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남미)

멕시코에서의 생활

by blondjenny 2009. 11. 16.

 

 

멕시코에 도착한지 일주일 쯤 되었을 때 직원 부인들이 화요일이면 장이 서는데 구경을 가겠냐고 해서

저도 심심하던 차에 따라나섰습니다. 우리네 재래시장처럼 야채나 과일들이 좌판마다 가득했고, 특히

선인장 열매나 망고같은 열대성 과일이 수북했습니다. 우리가 8월에 갔는데 마닐라 망고가 노랗게 익어

얼마나 맛있던지 망고를 보자마자 한 보따리 샀습니다. 우리가 김치를 담그는 그런 배추나 무와는 조금

다른 종류의 배추, 무도 있었고 재료들이 싱싱해서 한국 주부들도 일반적인 야채는 여기서 산다고 하더군요.

그 전날, 한국 식품점에도 갔었는데 작은 구멍가게 수준였습니다. 야채도 유통이 잘 안되는지 시들시들하고

값도 그리 싸지 않았어요. 이 시장의 또 다른 한 편에서는 짝퉁 가방과 시계, 프린트 된 티셔츠 등도

보였습니다. 라이터나 휴대폰을 취급하는 좌판도 있었고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도 물론 있었습니다.

우린 시장을 나와 점심으로 타코를 먹으러 갔습니다. 제가 원래 타코를 좋아해서 미국에서도 햄버거보다는
타코를 선호하는 편이라 타코를 먹겠냐는 말에 선뜻 오케이를 했지요. 미국에서는 겉이 빳빳한 또띠야와
부드러운 것 두 종류가 있고 안에 볶은 고기와 치즈, 채소썬 것을 주로 넣는데, 여기는 타코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내용물 종류도 많고 소스도 많아 처음 접하는 저로서는 무엇을 골라야 할지 몰라 다른 부인한테

일임을 했습니다. 일단 음식이 나와 먹어 보니 느끼하지 않고 상큼하고 매큼한 게 미국에서 먹던 타코와는

또 다른 맛이었습니다.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 다음 날, 우리는 멕시코는 은이 많이 나고 세공기술도 뛰어나다고 해서 은시장엘 들렸습니다. 한

블럭 전체가 골목골목 은제품을 파는 가게로 마치 남대문 시장 악세사리점 처럼 빼곡히 들어차 있어

들어서자마자 백열등 불빛에 눈이 부셨습니다. 시장 안과 밖의 풍경이 너무 달라 처음엔 얼떨떨해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어요. 거기다 고객을 붙잡으려고 스페니쉬로 뭐라고 떠드는데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죠. 같이 간 스페니쉬를 잘하는 부인과 멕시칸 기사가 통역도 해주고 값도 흥정을 해줘서

아이들 팔찌를 하나씩 겨우 샀습니다. 그런데 남의 도움을 받아 가니 더 둘러보거나 오래 시간을 끌며

내 마음껏 구경할 수가 없어 좀 불편하기도 했어요. 그러나 워낙 치안도 안 좋고 말도 안 통하니 별

방법이 없었습니다. 영어가 조금이라도 통할 줄 알았는데 전혀 안 통하니 불편한 게 한 두가지가

아니더군요. 집 근처에 월마트가 있어 생필품은 대개 거기서 사던데 모든 게 다 스페인어로 되어있어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어도 알 수가 없고, 반품을 할 수도 없어 언어가 안 되는 게 이렇게 불편한 거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그래서 미국으로 돌아가면 멕시코에 다시 올 때까지 몇 개월이라도 스페인어를
배워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후 멕시코에서 생활할 기회는 오지 않았습니다.
*위 사진은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는 마리아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