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중남미)

떼오띠우아깐을 가다

by blondjenny 2009. 11. 18.

 

 

멕시코시티 동북부 광활한 고원 위에 자리한 떼오띠우아깐은 멕시코에서 가장 인상적인 고대도시 가운데
하나입니다. 큰 선인장과 용설란들이 자라는 사막길을 지나니 저 멀리 웅장한 피라미드가 나타납니다.
150년 경에 해의 피라미드를 포함한 도시를 세웠고, 250년부터 650년에는 달의 피라미드를 포함한 도시를
이루었습니다. 문자와 책을 가지고 있었으며 선과 점으로 이루어진 숫자 시스템과 연 260일의 달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떼오띠우아깐은 `인간이 신이 되는 장소'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한때 최고 125,000여
명이 살았으며 도시 크기가 20 제곱km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도시입니다. 500여 년 동안 지역을
지배했으나 650년 경 갑자기 자취를 감춰버렸다가 1,200년만에 빛을 본 의문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 거대한 고대도시 한 가운데에 서있는 `죽은 자의 거리'에는 해의 피라미드, 달의 피라미드 등 수많은
신전과 궁궐이 모여있습니다. 죽은 자의 거리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후세 아즈텍인들이 이곳 중앙길 좌우에
늘어선 신전들이 왕족의 무덤이라고 생각해 붙인 이름이라고 합니다. 죽은 자의 거리 중앙길은 자그마치 폭
45m에 남북 길이가 4km나 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설립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들이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단 한 줄도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이제 이 거대 유적지에서 발굴된 각종 생활용품이나 벽화
등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추정할 뿐인데 훗날 이 도시를 발견했던 아즈텍인들은 거인이 이곳을 세웠다고
믿고 신성시했다고 합니다.

웅장한 해의 피라미드는 한쪽 면의 길이만 225m, 높이가 65m나 되는 거대한 피라미드인데 이집트의 거대한
피라미드보다는 높이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지만 바닥의 직경은 유사하다고 합니다. 피라미드의 표면은
거칠고 붉은 화산암으로 덮여있으며 5단으로 된 피라미드의 정상은 평평해보입니다. 무려 250만톤의 흙과
돌로 만들어진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가장 큰 석조물이며 세계에서도 크기로 보면 세 번째랍니다. 이곳

신전은 넓은 고원분지 정확하게 한 가운데에 위치해있으며 고대엔 이 신전을 중심으로 도시국가가

형성되어 있었음을 쉽게 짐직할 수 있습니다. 이 도시를 건설했을 부족은 태양신을 숭배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피라미드는 이집트와 달리 무덤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시제나 기우제 혹은

종교의식을 집전했던 신전이라고 지금까지 알려져있습니다. 춘분과 추분 때 완벽한 직선 그림자가

아랫단에 나타나기 때문에 아즈텍인들은 지금의 이름인 '해의 피라미드'라 명명했습니다. 죽은 자의

거리 맨 북쪽 끝에는 달의 피라미드가 있습니다. 밑변 150mx120m, 높이 46m로 해의 피라미드보다는

작지만 죽은 자의 거리 전체를 조망하는데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달의 피라미드 앞에 거대한 `달의

광장'이 있어 태양신에 대한 제사 외 주요 의식은 이곳에서 했음을 짐작케 합니다. 해와 달의 피라미드는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의 하나입니다.

해의 피라미드를 밑에서 볼 때는 올라가기가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오르기 시작하니 거의
70도 이상의 경사로 된 계단을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때로는 두 손까지 동원하며 올라가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습니다. 정상에서는 죽은 자의 거리와 달의 피라미드, 그 외 마을들과 넓은 평야까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해와 달의 피라미드 두 군데를 다 올라가야 했지만 해의 피라미드를 오르고 나니 다리에
힘이 풀려 달의 피라미드는 가질 못했습니다. 우리는 스스로 '다 비슷할 거야, 한 군데 올랐으면 됐어.'라고
위안하며 다음을 기약하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그러나 다음은 없었습니다. 여기도 다시 가봐야 할 목록에
들어있습니다.
*위 사진에 해의 피라미드와 멀리 달의 피라미드가 보입니다.

'나의 이야기 (중남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나후아또에서  (0) 2009.11.22
께레따로에서  (0) 2009.11.20
멕시코에서의 생활  (0) 2009.11.16
멕시코 국립인류학 박물관을 보고  (0) 2009.11.14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의 그림들  (0) 2009.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