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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남미)

멕시코를 떠나며

by blondjenny 2009. 11. 29.

 

멕시코시티 근교의 관광을 마치고 길지 않은 약 3주간의 멕시코 생활을 돌아보니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는
있지만 그 문화가 완전히 다른 중남미 지역에서의 시간들이 이색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아있습니다. 또

멕시코 하면 마리아치와 데낄라도 빼놓을 수 없지요. 마리아치는 현재 레스토랑이나 거리에서 차로(목동)

복장을 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쓴 채 여러 악기를 연주하는 음악인들을 말합니다. 데낄라는 멕시코의

특산주로 용설란으로 만들었는데 초벌 데낄라는 알콜 도수가 5-6도로 색과 맛이 한국의 막걸리와

비슷합니다. 레몬(라임)과 소금을 곁들여 시고 짠 맛이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맛을 낸다고 합니다.

이런 저런 즐거움과 더불어 좋은 기후, 오랜 역사, 싸고 풍부한 열대 과일, 싼 노동력 등은 멕시코만이

갖고 있는 장점이지만, 짧은 방문 동안 때론 언어와 생활양식이 다른 데서 오는 불편함도 있었습니다.

일단 길거리에는 구걸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차가 신호대기 중이면 여지없이 차창 밖에는 거지들이 손을

내밀어 불쾌했습니다. 어떤 거지는 오랫동안 구걸을 해서 처음에는 목발을 짚고 다녔는데 나중에는

휠체어를 타고 다니더라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또 수퍼같은 곳에서도 물건을 봉지에 넣어주거나

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 뒤를 봐주는 명목으로 소액이지만 일일이 팁을 주어야만 해서 그런 문화에

익숙치 않아 처음에는 참 불편했습니다. 물론 이런 것은 시간이 지나면 적응이 되는 부분이겠지만요.

 

그리고 또 하나는 멕시코는 치안이 좋지 않아 외국인이 혼자서 다니는 건 위험하다고 합니다. 택시는

더 위험해서 어디를 가려면 본인이 운전을 하거나 회사에서 기사가 나오거나 콜택시를 타라고 하더군요.

사실인지 모르지만 주재원 부인 하나가 택시를 탔는데 운전 기사가 어느 골목으로 끌고 가서 돈을

요구하다 원하는 만큼 돈이 나오질 않으니까 때리고는 골목에 버렸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번에도 말씀드렸지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아 수퍼에서도 설명서를 읽을 수가 없고 그 물건에

대해 물어보거나 반품을 할 수가 없어 너무 힘들었어요. 결국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돌아와서 바로

스페인어 강좌에 등록을 했습니다. 그 당시는 멕시코에서 얼마 간이라도 생활을 하려면 스페인어가

필수라고 느꼈거든요.

익숙하지 않은 환경이나 거기서 오는 두려움, 불편함 등이 여행의 매력이기도 한데 그래도 우린 남편이

먼저 가 있고 회사에서 마련해준 집도 있어 제법 편안한 가운데 이곳 저곳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는 가져온 책의 반 정도 밖에 읽지를 못했지만 방학도 거의 끝나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짐을

싸는데 남편은 이곳에 남아 다음 해 6월 아이 졸업 후 제가 다시 올 때까지 근 10개월을 혼자 있어야

하니 그것도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김치와 몇 가지 밑반찬을 해놓고 국도 끓여놓았지만 그걸로 며칠이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다른 주재원 부인들이 제가 없는 바람에 남편을 위해 반찬이나 국을 끓여서 보낸다고

해서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그래서 일단 제가 가 있는 동안 점심으로 캘리포니아 롤, 닭양념구이, 샐러드

등 몇 가지 음식을 해서 주재원 부인들을 초대해 감사를 표하고, 다음 해 제가 오면 다 갚겠다고 큰 소리를

쳤는데 결국 그 해 말에 러시아로 발령이 나서 빚을 못 갚고 멕시코를 떠났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몇 가지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짧아서 그랬는지 멕시코를 생각하면 늘 아쉬움이 남고 따뜻한 기후와 중남미 특유의

매력 때문에 다시 한 번 제대로 살아 보고 싶은 곳으로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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