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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산 제나로 축제에서

by blondjenny 2012. 1. 7.

 

 

하이라인을 다녀온 그 다음 주말에 아이가 맨해튼의 리틀 이탈리아에서 산 제나로 축제가 있으니

사진 찍으러 가지고 제안을 했습니다.  저야 맨해튼 나간다면 언제든 환영이니까 그러자고 얼른

반기며 주섬주섬 따라 나섰습니다.

산 제나로 축제는 1926년 9월 19일, 이탈리아 남부 도시 나폴리의 수호성인인 산 제나로를 
기리기 위해 뉴욕에서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이 축제는 85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표적인
뉴욕 이탈리아 계 이민자들의 행사지만 비공식적으로는 12년을 거슬러 올라가 1914년
브루클린의 이탈리아 계 밀집지역에서 시작되었다는 설도 있습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물밀듯 미국으로 몰려든 이탈리아 이민자들의 태반이 남부 출신이거나 시칠리 섬
출신이었습니다.

 

AD 305년에 순교한 산 제나로는 카톨릭 교회에 의해 성자의 반열에 오른 포쭈올리의 주교입니다.
나폴리 사람들에게 이 날은 매우 중요하며, 나폴리에선 수많은 군중들이 나폴리 돔을 주축으로
모여 행사를 치릅니다.  뉴욕의 멀베리 가를 따라 정착한 이들 이민자들은 이 전통을 이어갔습니다. 
멀베리 가에 있는 교회들의 종교적인 행렬, 색색의 퍼레이드, 마칭 밴드와 음악이 함께 하는 이
축제는 커낼 가와 휴스톤 가 사이에 있는 멀베리 가를 따라 열립니다. 

 

행사가 열린다는 멀베리 가 근처는 한두 시간 전부터 모여든 사람들을 통제하느라 경찰이 동원되어
퍼레이드가 지나가는 길 곳곳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이니 자연히 먹거리 장터도
열려 피자와 파스타, 빵, 치즈 냄새가 진동하고 구경거리를 놓칠세라 아이들까지 거리에 쏟아져 나와
혼잡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우리도 그 틈을 비집고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경찰차를 앞세운 행렬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지면서
서로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행렬 쪽으로 몸을 기울여 제대로 사진을 찍기가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밴드나 퍼레이드를 따라 발길을 옮기며 하나라도 더 좋은 장면을 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습니다.

 

행렬이 지나간 후, 지하철 역을 향하면서 오랜 시간 기다리고 사람들과 부대껴 좀 피곤하긴 했지만 
미국에 살 때나 그 후 잦은 방문에도 볼 수 없었던 좋은 구경도 하고 기념될 만한 사진도 찍어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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