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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첼시 피어에서

by blondjenny 2011. 12. 28.

 

지하철에서 내려 허드슨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 보면 복합 스포츠센터로 변신한
첼시 피어가 나옵니다.  첼시 피어는 미드 맨해튼 서측 허드슨 강변의 17번 가와 23번 가
사이에 위치한 약 30 에이커(3천7백 평)에 이르는 유서 깊은 항구였지만 지금은 그 기능을 
상실한 곳입니다.  이곳은 1910년부터 1930년 대까지 고급 정기선이 정박했었는데 배가 점점
커지면서 1935년, 뉴욕 크루즈 터미널로 옮겨지게 되고, 부두와 철도시설을 이용한 화물의
수송, 가공, 저장 기능만 남게 됩니다.  그 후 컨테이너가 등장한 1970년 대 이후부터 그
기능마저 다하여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우범지대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기존의 창고들은 애물단지로 변하고, 건물의 벽과 지붕은 무너져 내리고, 깨진 유리창이
주변에 널려 있는 이곳은 원래는 완전 철거한 뒤 그 위에 고속도로를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 첼시 피어가 재생의 계기를 맞은 것은 1992년 5월이었습니다.  첼시 피어
경영회사가 이 지역을 복합 스포츠 위락센타로 개발하겠다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제안하고, 
뉴욕 주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1994년 5월에 사업인가 및 건축허가를 받았습니다.  그 후
전면적인 리노베이션을 끝내고, 마침내 1995년 10월에 첼시 피어는 골프연습장, 아이스링크,
암벽타기, 롤러링크, 서핑, 볼링경기장, 스포츠클리닉 등이 완비된 복합 스포츠센타로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첼시 피어는 첼시 코브공원과 이웃해있으며 허드슨강 공원의 심장부에 있고, 강변을 따라
자전거 길과 산책로가 평행으로 나있습니다.  유명한 하이라인도 첼시 피어의 동쪽으로 한
블럭 떨어져 있습니다.  강을 끼고 산책로를 따라 걸으니 주변이 온통 초록색 잔디와 꽃들로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 한 때 우범지대였다는 사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강변에는
벤치도 곳곳에 있어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앉아서 유람선이 떠있는 강을 바라보며 쉴 수도 있고,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젊은 애들을 구경할 수도 있어, 도대체 여기가 그 복잡한 맨해튼이라는
사실 자체를 잊게 만드는 그런 곳입니다.  얼마 간 산책로를 따라 주변 경치를 감상한 후,
그곳을 빠져 나와 하이라인 공원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