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시가지에서는 어디에서나 우뚝 솟은 대성당이 보입니다. 본래는 11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져 세기를 거듭하며 천장은 14세기에 고딕 양식으로, 계단은 18세기에 바로크 양식으로 개조
되었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넓은 아치 스팬을 갖고 있습니다. 많은 계단 위에 지어진 이 성당을
보니 멕시코의 따스꼬에 있는 어느 대학과 그 모습이 너무 비슷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중남미 건축
양식이 그대로 전해진 것 같았습니다. 아니면 이곳에서 전해진 것이든가. 우리는 그 성당 안쪽 마당에
앉아 잠시 쉬며 아침에 사온 과자를 먹었습니다. 앉아서 둘러보니 주변이 온통 유적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옛날의 흔적을 갖고 있는 오래된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대성당과 함께 구시가지를 따라 쌓아진 성벽도 관광객에게는 대단한 볼거리입니다. 몇 개의 관광코스가
있었지만 우리는 이 성벽을 따라가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성벽은 바닥까지 돌로 만들어졌고 보존도 잘
되어있어 걷는데 크게 힘들진 않았지만 꽤 길고 지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이 있었습니다. 폭은 넓지
않아 반대편에서 사람이 오면 한 쪽은 벽에 납작하게 달라붙어야 지나갈 수가 있습니다. 성벽을 따라
걷노라면 마치 중세 유럽의 미로를 걷는 듯한 착각이 들고,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 멋져서
다리가 아팠지만 멈추고 싶지 않아 끝까지 걸었습니다 .
지로나에서 하루 묵기를 잘했다고 하며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이 도시에 반해서 자꾸 자꾸 걸었습니다.
좁은 골목을 돌치면 또 다른 모습의 골목이 기다리고 있고, 옛날 그 시간에 모든 것이 멈춰버린 듯한
모습은 우리같은 이방인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현대와는 동떨어진 시대를
엿보는 것 같아 더욱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어느 덧 기차를 타야 할 시간이 되어 지친
다리를 이끌고 기차역까지 또 걸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과거로의 여행을 한후 현실로
돌아왔을 때의 아쉬움이랄까 그런 느낌을 안고 바르셀로나를 향해 기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위 사진은 지로나 대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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