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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블루모스크에서

by blondjenny 2010. 11. 3.

보스포러스 해협을 둘러본 후, 유람선에서 내리자 어느 새 저녁 시간이 가까와졌습니다. 길에는 차량이
늘어나 버스는 가다 서다를 반복함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는 우리를 블루모스크와 히포드럼 광장으로 안내를
했습니다. 원래는 도착 첫 날 봤어야 했는데, 순서는 바뀌었을 망정 빼놓지 않고 일정대로 관광을 했다고
해야 불평을 듣지 않을테니까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거쳐가야만 했습니다. 요새는 인터넷이 발달하여
어느 여행사의 어느 가이드가 성의없이 했다든지 일정을 축소했다는 댓글만 올려도 그 여파가 굉장히

크다는 걸 잘 알고 있는 거지요. 그런데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너무 사진을 많이 찍은 탓인지 여분의

밧데리까지 다 써서 그 중요한 블루모스크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습니다. 난감했지만 그렇다고 안

찍을 수는 없잖아요. 할 수 없이 친구 카메라에 의지하여 여기저기 몇 장을 찍어달라고 부탁을 했지만

성에 차지 않았습니다. 이제 여기를 다시 오기도 어려울텐데 어떡하나 하고 너무 우울했지요. 그럼

앞으로 보실 그 많은 블루모스크 사진은 어떻게 된 거냐고요? 다음 날 구경과 쇼핑을 겸해 그랜드

바자르를 마지막으로 들리는 일정이 있었는데, 전 별로 살 것도 없고 해서 사진만 몇 장 찍고 근처를

걷다 보니 바로 블루모스크가 보였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쇼핑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혼자

블루모스크에 가서 밤새 충전한 사진기로 실컷 사진을 찍고 약속시간에 왔다는 거 아닙니까. 얼마나

후련하던지요. 결국 성 소피아 성당, 블루모스크, 히포드럼, 그랜드 바자르 다 그 근처에 있었는데

길을 모르니 가이드만 따라 다닐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성 소피아 성당에서 5분, 그랜드 바자르에서도 한 5분 정도 걸으면 거대한 회색빛의

돔이 높다란 첨탑들에 둘러싸인 채 위엄있게 서있는 블루모스크가 나타납니다. 바로 이스탄불의 대표적

사원이며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모스크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술탄 아흐멧 사원입니다. 블루모스크는

들어가기 전에 신발을 벗고 비닐봉지에 각자 신발을 들고 다녀야 하고, 짧은 민소매를 입은 사람들은

숄을 둘러 드러난 팔을 가리도록 하더군요. 수많은 관광객으로부터 사원을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고,

신성시하는 예를 갖추도록 하는 목적도 있어 보였습니다. 블루모스크는 오스만투르크 제국의 제 14대

술탄 아흐멧 1세가 1609년부터 짓기 시작하여 성 소피아 성당에 버금가는 모스크를 지을 목적으로

1616년에 완공하였습니다. 당시 모스크에는 메카 외에 6개의 탑을 세울 수가 없었지만 이 모스크는

세계적으로 6개의 첨탑을 가진 모스크 중 하나입니다. 규모 면에서 터키 최대의 것으로 맞은 편에

있는 성 소피아 성당에 대한 이슬람 세력의 우위를 상징하기 위해 그 양식을 모방, 발전시켜 건축한

거대한 회교사원입니다.

전해져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술탄 아흐멧 1세가 메카로 떠나기 전에 건축가에게 황금으로 된 첨탑들을

세울 것을 명령하였으나 당시 재정적인 상태로 보아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재치있는 건축가는 꾀를 내어

터키어로 금은 ALTIN이고, 숫자 6은 ALTI이므로 명령에 따르는 척하면서 6개의 돌 첨탑을 세웠다고 합니다.

사원 천정은 직경 23m의 거대한 돔으로 덮여있으며, 바닥에서 돔까지의 높이는 무려 43m입니다. 또한

사원 내부는 21,000개의 청색 이즈닉 타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중앙 돔 쪽에는 260개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푸른색 타일로 장식한 벽에 비쳐 사원 내부를 푸른빛으로 만들기 때문에 ‘블루모스크’라고

불린답니다. 그러나 실제로 내부가 푸르게 보인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그 많은 창이 스테인드

글라스로 장식되어 이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여러가지 색으로 비쳐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왕들은 종교적으로 중요한 선언을 이곳에서 했으며, 종교적 휴일에는 이곳에서 축제를 가졌고, 메카를

향한 순례의 출발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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