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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미국서 남편한테 운전 배우기

by blondjenny 2009. 4. 14.

 

 

흔히 듣는 얘기로 남편한테는 운전과 골프를 배우지 말라고 하잖아요. 저도 그 말에 백프로 공감합니다.
처음 미국 가기 전에 한국에서 운전면허시험을 보았는데 필기는 됐지만 실기 주행에서 떨어져서 면허증을
못 따고 미국을 갔어요. 미국 가니 그 당시는 따로 배울 데는 없고 아이들 때문에 당장 운전은 해야겠고
하는 수 없이 남편에게 운전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남한테 배우는 것보다 남편한테 배우는 게
편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첫 교습에서 무참히 깨졌습니다. 여자들은 보통 기계치가 많은데 저도
그 중에 하나였어요. 처음 배울 때는 앞으로 곧장 가는 것만도 어려운데 뒤로 곧장 가는 연습을 시키면서
직선으로 못 가고 사선으로 간다고 막 화를 내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떻게 본능적으로 똑바로
못갈 수가 있냐' 그러는 거예요. 저는 그 순간 그냥 돌진해서 '너 죽고 나 살자' 하고 싶었지만 꾹꾹 참고
집에 오는데 정말 얼굴도 보기가 싫더라고요. 그래도 면허증은 따야 하니 연습하러 가자고 하면 소가

도살장 끌려가듯 끌려가서는 돌아올 때는 말 한 마디 없이 퉁퉁 부은 얼굴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그 후

결국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을 하여 면허증을 갖게 되었습니다.

면허증이 있어도 처음 혼자 운전을 하고 거리에 나가는 게 너무 무섭고 걱정이 되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려니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운전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데 전 원래 운전을 안
좋아하는 것 같아요. 미국에서도 다른 교통편이 있었으면 안했을지도 모르지요. 그 뒤로 장거리 여행을
가면 보통은 남자들 쉬라고 여자가 교대로 운전을 하는데 저희는 제가 운전을 하면 잠도 안자고 더 신경을
쓰는 것 같아 남편이 옆에 있으면 아예 운전대를 안 잡아요. 그게 서로를 위하는 길인 것 같거든요. 그런데
남편이 멕시코로 간 뒤에는 저 혼자 아이와 미국에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운전은 제 몫이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초행길은 좀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눈치 안보고 여기 저기 맘대로 다녀서 남편이 가끔 미국 올 때면
오히려 제가 길을 가르쳐 줄 정도가 됐어요. 그 땐 남편 운전이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으니 제게도 그런
날이 오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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