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미국)

시카고 시절 나의 수업듣기 2

by blondjenny 2009. 4. 11.

 

 

시카고는 원래 눈이 많이 내리는데 그 날 따라 유독 눈이 많이 내린 겨울였어요. 남편은 서울로 출장을
갔고 집엔 어린 두 아이와 저만 남겨졌지요. 그 날 전 수업이 밤 10시까지 있어 미국에선 어린애들만
두는 게 금지되어 베이비시터를 불러야 했지만 우리집에 남이 오는 게 싫어 큰 아이한테 문 잘 잠그고
있으란 말만 하고 학교를 갔습니다. 작은 아이는 그 때도 감기에 걸려 열이 나고 아파서 사실 제가 학교
갈 형편은 아니었지요. 그런데 그 수업이 건축사였는데 건축물의 슬라이드를 보여주고 건축가와
건축물의 특징에 대해 설명을 하고 넘어가기 때문에 직접 그 영상을 보지 않으면 나중에 시험을 볼

수가 없는 과목였어요. 남의 노트를 빌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그 밤에 폭설을 뚫고 학교를 갔지요.
수업을 마치고 돌아오는 차 속에서 마음은 불안했지만 눈이 많이 와서 속력을 낼 수도 없었습니다.

집에 도착해서 열쇠를 돌리니 안으로 체인을 걸어놔서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틈 밖에 안 열리는 거예요.
전 그 틈으로 큰 애 이름을 여러 번 불렀지만 답이 없었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엄마를 기다리다가 늦게
잠이 들어 일어나질 못한 거예요. 하는 수 없이 아픈 작은 아이를 부르니 부시시 일어는 났는데 키가
작아 체인에 손이 닿질 않는 거예요. 그래서 의자를 끌어와서 그 위에 올라가 열라고 했더니 겨우 겨우
문을 열어줘 밤 11시가 다 되어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자들이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는 아이 문제가
제일 큰 걸림돌인데 남자들은 남자들대로 약간의 도움은 주지만 자기 일을 희생하지 않고 해나가니까
결국은 아이를 돌보는 건 여자가 할 수 밖에 없어요. 물론 여자의 일이 수입이나 사회적인 위치에서

월등히 낫다면 남자가 희생할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튼 두 가지를 병행한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식구들이 특히 아이들이 고생을 했지만 전 수업을 듣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아 그만둘 수

없었습니다.

'나의 이야기 (미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내 여행  (1) 2009.04.16
미국서 남편한테 운전 배우기  (0) 2009.04.14
시카고에서 요리실습  (0) 2009.04.12
시카고 시절 나의 수업듣기 1  (1) 2009.04.10
처음 미국 학교에 들어가서  (1) 2009.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