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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을 마주한 그 감동

by blondjenny 2019. 6. 7.


파르테논 신전은 학생 때 교과서에서 늘 보던 모습이라 그리스 하면 바로 떠오르는 건축물입니다.

그런 역사적인 건축물을 직접 눈으로 본다 생각하니 너무 감동적이고 떨려서 가슴이 벅찼습니다.

이번 그리스 여행의 주된 목적이기도 했고요.  기둥 하나만 봐도 거대하고, 그 기둥에 얽힌 수치에

대해 익히 들었는데도 실제로 보니 그 느낌이 달랐습니다.  그렇지만 많은 부분이 파괴 되고 내부는

텅 비어 있어 한편으로는 안타깝고 허탈하기도 했습니다.


그리스 신전은 오늘날에도 건축 중 으뜸으로 칭송되며 유럽 문화 자체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BC660년경 그리스인들은 목재와 점토 대신 돌로 신전을 지었습니다.  최초의 신전 건축 이후 150년이 

지난 뒤 파르테논 신전이 아크로폴리스에 건설되면서 그리스 신전은 고전적인 모습을 확립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수호신이자 지혜, 전쟁, 기술의 신인 ‘아테나 파르테노스(처녀신 아테나)’를 

모시던 신전으로, 서양 문명의 뿌리가 되는 고대 그리스 문명을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입니다.  유네스코의 마크가 바로 이 신전을 형상화한 것이라는 사실만 봐도 이 신전이 얼마나 

중요하고 가치가 있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아테네의 정치가 페리클레스의 지시로 조각가 페이디아스의 감독을 받아 건축가 

익티노스와 칼리크라테스가 지었습니다.  BC447년 공사가 시작되었고 건물 자체는 BC438년에 완성

되었습니다.  총 23만 톤의 돌을 사용했으며, 열주는 도리스식, 이오니아식, 코린트식의 세 가지 

양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건축가 익티노스는 완벽한 균형미를 자랑하는 파르테논 신전을 짓기 

위해 각 부분의 수치를 측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비례를 분석했습니다.  인간의 착시 현상을 

교정하기 위한 아테네인들의 건축 솜씨는 놀랄 만합니다.  아테네의 아크로폴리스 언덕에 우뚝 

솟은 파르테논 신전을 얼핏 보면 동일한 굵기의 기둥이 동일한 간격으로 배치된 직사각형의 반듯한 

건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와 매우 다릅니다.

 

우선 가장자리 기둥은 가운데 기둥보다 좁은 간격으로 세워져 있습니다.  가장자리는 180cm, 가운데는 

240cm 간격입니다.  이처럼 불균형하게 건설한 이유는 동일한 굵기로 만든 기둥을 동일한 간격으로 

세우면 건물이 직사각형이 아니라 위나 옆으로 퍼져 보이기 때문입니다.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건설된 

수평선은 실제로는 중앙 부분이 처진 듯이 보이기 때문에 그리스인들은 거대한 돌들을 맞추어 나가면서 

중앙부를 약간 들어 올린 것입니다.  파르테논 신전에는 수학적으로 정확한 수평선이나 수직선이 전혀 

없고 당연히 정확한 직각도 없습니다.


파르테논 신전은 기독교 교회, 이슬람 사원 등 다른 종교의 신전으로 사용되기도 했지만 거의 손상 없이 

암흑기를 지나왔습니다.  그런데 1678년 베네치아 함대가 아크로폴리스를 포위해, 아테네를 지배하던 

오스만 터키가 화약고로 사용하던 파르테논 신전에 포격을 가함으로써 건물 중심부가 파괴되었습니다.

18세기 후반 영국인 화가 제임스 스튜어트와 건축가 니콜라스 레베트에 의해 파르테논 신전이 재발견된 

이후 파르테논 신전은 약탈의 수모를 겪어야 했습니다.  1800년 콘스탄티노플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이 

페이디아스가 조각한 박공부의 대부분을 떼어내어 영국으로 가져갔습니다.  ‘엘긴 마블’이라고 불리는 

이 조각들은 현재 대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그리스를 사랑한 시인 바이런은 엘긴을 약탈자이며 

신전 모독자라고 비난했습니다.  런던 방문 중, 대영 박물관에 버젓이 전시된 이 박공부를 보았을 때 

저는 마치 우리나라 보물을 약탈 당한 기억이 되살아나는 듯 마음이 아팠습니다.  


p.s. 오늘 저녁 비행기로 호주에 갑니다.  오래 전 예약한 것이라 떠나게 되었습니다.

     다녀와서 그리스 여행기 계속하겠습니다.  빈 방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