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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독일)

포츠담의 추운 기억

by blondjenny 2023. 10. 25.

베를린 관광을 마치고 바로 옆의 도시이면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포츠담을 방문하기로 했습니다. 베를린에서

포츠담까지는 기차로 불과 30분 정도 걸리는데 막상 포츠담 역에 내리니 날도 흐리고 겨울이라 음산하고 추워서 많이

껴 입었는데도 정말 너무 너무 추웠습니다. 관광은 고사하고 따뜻한 카페에서 몸을 녹여야겠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포츠담은 베를린 도심에서 남서쪽으로 25km 떨어져 있으며 하펠 강 연변에 위치한 브란덴부르크주의 주도입니다.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에게 크게 파괴된 이웃 도시 베를린과는 달리 운 좋게도 그리 심하게 파괴되지 않아 어느

정도는 옛 모습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종전 후 체칠리엔호프 궁전에서 포츠담 회담이 개최되었습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의 무조건적인 항복을 결정한 근현대사, 세계사 시간에 나오는 바로 그 포츠담 회담입니다. 

북쪽과 중앙 지구는 주로 역사적인 건물들이, 남쪽 지구는 새롭게 건립된 큰 건물들이 있습니다. 10세기부터 형성되어 

이후 18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호엔촐레른 가문의 여름 피서지로서 수많은 여름 별궁들이 들어서 있어 역사 도시이자 

관광 도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빌헬름 2세 시기부터는 황제의 도시로 불렸으며 브란덴부르크의 중심지로 부상하여,

오늘날에는 세 개의 공립대학을 비롯해 30개 이상의 연구 기관이 있으며 공업 도시이기도 합니다.

 

근교의 상수시 궁전은 독일에서 가장 큰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입니다. 상수시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근심이 없다’라는

뜻으로, 1747년에 프랑스의 베르사유 궁전을 본떠서 지어졌으며, 실내 장식은 화려한 로코코 양식으로 마무리

되었습니다. 상수시 궁전은 하루에 관람객 2,000명만 입장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성수기에는 인터넷으로 티켓을

예약하는 것이 좋으며, 평상시에도 14시 이전에 티켓이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니 미리 서두르는 것이 좋습니다. 상수시 

궁전이 있는 공원은 별도의 입장료가 필요하지 않으며, 18세기 프랑스식 정원을 따라 산책하면서 둘러볼 수 있습니다. 

공원 안에는 상수시 궁전은 물론, 신궁전과 찻집 등이 있어 공원만 둘러보는 데도 반나절 이상 소요됩니다. 상수시 궁전이

가장 유명하지만 상수시 궁전이 있는 공원 내에 여러 별궁과 포츠담 대학을 마주 보고 있는 신 궁전, 포츠담 선언이 

있었던 체칠리엔호프 궁전, 체칠리엔호프 궁전 근처 대리석 궁전 등 볼거리가 매우 다양합니다.

 

우리가 갔을 때는 궁전 내부도 잠겨 있어 볼 수가 없었고, 겨울철이라 정원의 나무나 조각품들을 보호하기 위해 조금

긴 새 집 같은 모양의 설치물로 싸 놓아서 정원조차 볼거리가 없어 너무 아쉬웠습니다. 물론 외관만 봐도 멋지긴 했지만 

추위에 떨며 거기까지 갔는데 싶어 외관이나마 열심히 담았습니다. 사진기 셔터도 누르기 어려울 정도로 추위가 살을

파고 들어 공원 한 켠에 있는 작은 찻집에서 글루바인을 한 잔 마시며 추위를 달랬습니다. 언젠가는 따뜻할 때 꼭 다시

가서 제대로 볼 생각입니다.

 

*위 시진은 계단 아래서 바라본 유명한 상수시 궁전입니다. 계단 아래 정원이 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