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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뉴욕서 뮤지컬 '안중근'을 보고

by blondjenny 2011. 12. 16.

 

미국에 머무르는 동안 뮤지컬을 하나 같이 보자고 아이가 얼마 전부터 졸랐는데 마땅한 작품이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아이가 다니는 회사에서 'Hero'를 보기로 했으니 저도 같이 가자고
합니다.  Hero는 안중근의사에 대한 뮤지컬입니다.  링컨센타에서 공연을 하는데 회사 사람들도
오니 좀 차려 입고 오라는 아이의 명령에 최소한 아이의 체면에 누가 되지는 않게 이것저것
걸쳐 보지만 여행자가 제대로 된 정장이 있을 리 없어 대충 외출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습니다.

오랜만에 맨해튼을 나가니 전광판이 요란한 불빛을 뿜으며 번쩍거려 생동감도 느껴지고,
정신이 없기도 했습니다.  42번 가에서 아이를 만나 같이 지하철을 타고 링컨센타 앞에서
내려 링컨센타 주변을 몇 장 찍고, 'Hero' 포스터도 찍고 입장을 했는데 로비는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내부는 촬영이 금지되어 아쉽게도 보여드릴 수가 없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외국 사람들이나 재미 교포 중에도 나이 어린 젊은이들은 한일 간의 역사적인
사건을 잘 모르니 흥미도 없고 시시하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저도 이왕 미국에서 뮤지컬을
보려면 브로드웨이에서 이름을 날리는 그런 걸 보지 왜 하필 한국적인 걸 미국까지 와서 봐야
하냐고 의문을 품었습니다.  그러나 불이 꺼지고 막이 오르자 영문 자막이 상단에 뜨면서
안중근의사의 독립운동과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을 긴장감 있게 풀어나가는 전개에 숨도
크게 못 쉬고 눈을 뗄 수 없었습니다.  배우들의 노래 실력도 출중하고 배경 세트도 훌륭하여 
외국 사람들도 인상 깊었는지 박수가 많이 나왔습니다.  외국 사람들 앞에서 그들이 혹시
실수나 하지 않을까 조바심도 나고, 그들의 연기에 박수가 나올 때는 내 가족이 칭찬을 받는
것처럼 미소가 번졌습니다.  이런 게 일종의 애국심인지 뮤지컬을 다 보고 나올 때는 가슴
한 켠이 뻐근하고 뿌듯하면서 오기를 잘했다, 우리 배우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외국에서 태극기만 봐도 가슴이 뛰듯이 외국에서 보는 한국 작품이 더 애틋하고
절절하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런 뮤지컬이나 영화 등을 통해 과거 일본의 만행을
조금이나마 외국 사람들에게 알리는 홍보 효과도 있기를 은근 기대하며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