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바꽁 사원을 갔는데 이제껏 보아온 사원과는 그 주변이 전혀 다른 모습였습니다. 바꽁 사원은
두 겹으로 된 높은 벽이 에워싸고 있었는데 첫 번째 외벽은 높이 15m에 넓이가 무려 900mx700m 나
되었습니다. 바꽁 사원은 앞서의 프레아 꼬 사원과 마찬가지로 인드라바르만 1세가 지은 것으로,
프레아 꼬의 경우 조상의 위패를 모신 사원이었지만 바꽁 사원은 제대로 시바신에게 헌정된 힌두
사원입니다. 이 사원은 크메르 제국 최초의 산형 사원, 즉 피라미드형 사원으로 앙코르왓은 물론
이후 지어지는 많은 사원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전탑형식과 사암으로 되어있는데 이 사원부터 해자가
보입니다. 해자란 한자 入口 모양의 호수인데 우주의 바다라고 합니다. 입구에 나가신이라고 불리는
머리가 7개인 뱀신의 조각이 있는데 생명, 탄생을 의미합니다. 해자를 가로질러 신전으로 이어지는
보도의 난간은 이 나가신으로 장식되었습니다.
이 사원의 가운데 탑은 카일라산을 의미합니다. 카일라산은 힌두교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불교의
수미산과 같습니다. 가운데 탑은 자기 자신 즉 왕을 의미하고, 주변의 탑은 선대 장군을 의미한답니다.
입구 옆에는 석실이 있는데 도서관 또는 집필장으로 추정하는데 그 이유는 여기서 기록문이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 사원의 계단은 높고 좁은데 신에게 다가가기 힘들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바꽁에는
네 개의 화장터가 있었는데 지금은 동북쪽 코너에 두 개의 화장터만 남아있습니다. 건축 양식은
힌두교식이 많은데 가운데 탑에는 링가와 요니 대신 불상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원래는 힌두교
사원였으나 후대에서 불교사원으로 쓰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최초 바꽁의 중앙탑은 이와 같은 모양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현재의 탑 모양은 앙코르왓이 세워진 이 후 12세기 야소바르만 2세 때 만들어진
것이라 중앙 성소탑은 앙코르왓의 모양을 따른 것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이 사원은 처음 들어갈 때부터 주변의 호수와 어우러져 참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멀리 보이는 중앙탑과
주변의 건축물, 나가신의 난간까지 신비스러움을 주더군요. 가이드가 앞장서서 계단을 오르는데 따라
올라가면서도 끝까지 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높고 가팔라 보였는데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다 보니
어느 새 맨 꼭대기까지 올라갔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니 십자로 된 길이 훤히 보이고 시야가 넓어져
가슴이 탁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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