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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동남아)

프놈 바껭에서

by blondjenny 2010. 12. 11.

 

 

앙코르왓을 지나 앙코르톰으로 가다보면 앙코르 유적지에서 가장 높은 산인 바껭산이 나옵니다. 높다고

해봐야 해발 67m라 야트막한 산 정도입니다. 프놈 바껭은 9세기 후반 앙코르제국의 네번째 왕인 야소바르만

1세가 이민족의 침략에 대비하여 수도였던 롤루오스 지역을 버리고 여기 바껭산에 도읍을 정하고, 이 산

정상에 지은 시바신에게 바치는 신전입니다. 이 신도시가 지금의 앙코르 지역이며 따라서 바껭은 때때로

처음 지어진 앙코르로 불려지기도 합니다. 캄보디아에서 프놈이란 말은 산이라는 말인데 이 말은 그

자체로서 신성함을 지닙니다. 고대 푸난왕조도 프놈에서 전이되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프놈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신전의 최상층엔 중앙 성소와 네 모서리에 그것을 지키는 네 개의 성소탑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흔적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바껭 사원의 탑의 숫자는 우주를

상징합니다. 원래 109개의 탑이 메루산(수미산)을 모방한 모양으로 바껭 사원을 장식하였으나 많은 탑이

훼손, 유실되었습니다. 중앙 성소 역시 지금까지의 많은 사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훼손정도가 심했습니다.

그 당시 있었던 사각의 성벽은 각 면이 4Km 길이로 이 도시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답니다. 네 모서리에는

탑과 무너진 벽돌 사이로 시바신의 링가가 보입니다.

프놈 바껭을 가기로 한 날 비가 와서 아무래도 일몰을 볼 수 없을테니 차라리 다음 날 아침에 가는 게

어떠냐고 가이드가 제안을 해서 우리는 일몰을 포기하고 다음 날 아침에 바껭산을 올랐습니다. 길은 좀

멀었지만 산을 둘러 완만한 길을 만들어 마치 한국의 어느 절을 찾아가듯 편안한 느낌으로 산 길을 따라

올라가니 사원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입구에는 난디가 목에 스카프를 두르고 시바신을 기다리며 얌전히

앉아 있었습니다. 이 난디는 후에 복원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 계단도 가파른 편이었지만 다른 데에

비해 그렇게 심하진 않아서 올라갈 만했습니다. 양 옆으론 예의 사자상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1960년

대에는 코끼리를 타고 오르기도 했으며 일몰 직전에 이 산에 오르면 앙코르 주변의 멋있는 경치를 만끽할

수 있답니다. 정상에서는 앙코르왓의 서쪽으로 5개의 탑을 다 볼 수 있고, 큰 호수도 볼 수 있고, 발 밑에

숲도 보이고, 시원한 바람도 불어 가슴이 탁 트이면서 올라오느라 흘린 땀이 순식간에 날아갔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아름답다는 일몰을 보지 못해 무척 아쉬웠습니다.

*위 사진은 프놈 바껭의 정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