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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동남아)

캄보디아를 떠나며

by blondjenny 2010. 12. 26.

 

씨엠립에서의 모든 관광 일정을 마치고 우리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기념품점에서 말린 열대 과일,
은으로 만든 작은 컵, 검은 깨, 흰 깨, 실크 스카프, 보석 등 각자 필요한 물건들을 사고, 이곳에서의
마지막 점심을 한식으로 먹고 프놈펜을 향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버스로 약 5시간 반이 걸린다는데
중간에 두 번 잠시 화장실도 가고 휴식을 취하고 프놈펜으로 향했습니다. 프놈펜이 가까워오니
어느 새 어둠이 내렸는데 그래도 거리는 불빛을 볼 수 있어 도시에 왔다는 느낌이 났습니다. 씨엠립은
유적지이긴 하지만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밤이면 거리가 어두웠거든요. 우리는 바로 한식당으로
가서 캄보디아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했는데 우리같은 단체 관광객 외의 다른 손님은 별로 볼 수가
없었습니다. 식사 후 곧장 버스에 올라 공항으로 갔습니다. 공항에서는 떠날 때 공항세 25불씩을
내야했는데 여행 경비에 포함이 되어 가이드가 4명에 100불을 주며 같이 내라고 하더군요. 우리는
6일 간 같이 지낸 사람들, 특히 가이드와 헤어지는 게 섭섭해서 악수를 청하며 고마웠단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가이드는 다른 데를 쳐다보며 건성으로 인사를 해서 지금까지의 좋은 이미지가 한
번에 확 깨졌습니다. 마치 이제는 더 이상 볼 일이 없다는 듯 상투적인 모습에 정말 실망했습니다.
마지막 마무리만 잘했어도 여행 후기에 좋은 글을 올려주려고 했는데 그럴 맘이 사라졌습니다.

어쨌든 모든 수속을 마치고 공항에서 보딩을 기다리는데 공항의 면세점이라고는 3-4개 밖에 없는
작은 공항에 앉아서 지난 며칠 간의 시간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해보았습니다. 고대의 많은 사원들과
조각들이 물론 감동을 주고 기억에 남지만 특히 이곳 아이들의 구차함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예를
들자면 낮에 점심을 먹는데 후식으로 마가 나왔어요. 한국에서 보던 찐득찐득한 마가 아니라
고구마와 비슷했습니다. 일행 중 한 사람이 마를 들고 나와 밖에 모여있는 한 아이에게 주었는데
마를 받은 아이는 혹여 빼앗길까 멀리 도망을 가고 또 다른 아이는 다른 일행이 한 입 베어문 마까지
낚아채듯 가지고 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무척 안쓰러웠습니다. 그들에게는 위생이라는 개념은
오히려 사치고 기본적인 배고픔을 채우기에도 급급해보였습니다. 씨엠립의 어느 관광지에서나
구질구질한 옷차림의 아이들이 맨발로 조잡한 물건을 팔거나 구걸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입니다.
언제쯤 이들에게 배고픔을 잊게 하고 깨끗한 옷을 입히게 될까 어른들의 책임이 무겁다는 생각을
하며 서울가는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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