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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서호에서

by blondjenny 2010. 5. 14.

 

중국의 식당들은 대개 모르는 사람들이 겉에서 볼 땐 오랜 역사를 가진 무슨 유적지같이 보입니다.
이번에 항주에서 간 식당도 거대한 입구와 주변엔 연못이 있어 어느 유원지에 와있는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연못가엔 조각도 있고 봄꽃이 만개해서 그 분위기가 저절로 봄을 느끼게 합니다.
그러나 음식은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곳이라 그런지 그렇게 맛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럭저럭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그 유명한 서호로 향했습니다.

서호는 항주시 서쪽에 자리잡고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담수호입니다.
2,000년 전에는 전당강의 일부였다가 진흙모래가 쌓여서 남쪽과 북쪽에 있는 오산과 보석산을 막아서
형성된 호수입니다.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호수에는 소영주, 호심정, 완공돈 등 3개의 섬이
떠있습니다. 유명한 '서호십경', '서호신십경'이라고 하는데 이를 일컬어서 쌍십경이라 합니다. 여러
특색있는 풍경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다 아름답고, 맑은 날이나 비오는 날, 바람부는 날,
눈오는 날에도 아름답습니다. 또한 서호는 중국 4대 미인 중의 한 사람인 월나라 미인 서시가 태어난
곳입니다. 오나라 왕 부차에게 패한 월나라 왕 구천이 미인계로 서시를 부차에게 보낸 뒤 쓸개를
먹으며 원수를 갚아 와신상담이란 고사성어가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이태백이 둥근 달을 노래한
곳이기도 합니다. 이태백은 화창한 날의 서호는 서시의 화장한 모습이고 안개 낀 날의 서호는
서시가 화장하지 않은 모습이라고 서호를 절세미인에 견주어 아름다움을 극찬했습니다. 송나라
때 시인 소동파는 서호의 아름다움을 서시에 비유해 '서자호'라고도 불렀습니다.

서호로 가는 길에도 예쁜 꽃들이 많이 피어있고 호숫가에는 수양버들이 늘어져있어 그 경치가 매우
아름다웠습니다. 첫 눈에도 지난 번 북경을 방문했을 때 들렸던 이화원과 닮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이화원은 이 서호를 모방하여 만든 호수입니다. 약 40분 간 배를 타며 서호를 한 바퀴 도는데
배를 타고 바라보는 경치는 밖에서 바라볼 때와는 또다른 느낌였습니다. 물결이 잔잔하여 편안하고
여유있게 주변의 별장과 뇌봉탑, 사원 등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복잡하고 지저분한 모습도
멀리서 보니까 더 아름답고 평화로운 것 같았습니다. 모처럼 여행 중 물 위에서 나만의 고요함을
즐길 수 있어 더없이 좋았습니다. 여행의 좋은 점이 바로 실생활의 걱정거리에서 잠시나마 해방되는
그런 점 아닐까요. 물론 돌아가면 더 큰 근심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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