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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용정차를 마시며

by blondjenny 2010. 5. 19.

 

우리는 항주에서 유명하다는 용정차를 재배하는 녹차밭을 보기 위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차창 밖으로
온통 녹색의 차밭이 끊임없이 이어져있어 차가 여기 사람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생계수단인지 짐작이
갔습니다. 평지나 구릉지나 차 외에 다른 작물은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그걸 보니 전에 보성 녹차밭을
갔을 때가 떠올랐습니다. 저녁 때였는데, 전 그렇게 넓은 녹차밭은 처음이라 그 향이며 끝없이 펼쳐진
연녹색에 가슴이 시원해지면서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용정차의 재배사는 1,2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원나라에서 처음 재배하였으며, 청나라 강희제에
의해 공차로 인정받았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강희제의 손자인 건륭제가 서호를 방문했을 때 사자봉
아래에 있는 후공사에 들렀다가 이 차를 대접 받았다고 합니다. 건륭제는 깊은 맛에 감명을 받아 절
앞의 차밭에 벼슬을 내렸다고 합니다. 또 청나라 마지막 황제였던 부의는 '여름에는 용정, 겨울에는
보이'라고 할만큼 그 우수성을 칭찬했습니다. 이 차가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게 된 것은 원대의 문인인
우집(1271-1348)에 의해서입니다.

중국 동남부의 절강성은 녹차로 유명하며 그 중 가장 유명한 것이 항주 서호의 용정차입니다. 서호
용정차는 중국 10대 명차의 대명사라고 할만큼 잘 알려진 세계적인 녹차입니다. 용정은 샘의 이름이기도
하고, 사찰의 이름이기도 하고, 차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용정차는 짙은 향, 부드러운 맛, 비취 같은 녹색
그리고 아름다운 잎새라는 네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어 '4절'이라고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용정차는 항주
서호풍경구의 용정촌에서 나는데 용정촌이 위치한 사봉산은 산봉이 기복을 이루고 수풀이 울창하고 기후가
따뜻하며 강우량이 많습니다. 이 독특한 생태환경이 세계 명차 서호 사봉 용정차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용정차는 서로 다른 산지에 의해 사(獅), 용(龍), 운(云), 호(虎), 매(梅) 다섯 가지 품종으로 분류된다고
합니다. 그 중 서호가의 사봉산에서 나는 차가 향기와 품질로 최고입니다. 서호부근에는 13개의 차 생산
마을이 있는데 그들은 모두 자신의 차 가공공장을 가지고 있어 연간 천톤 정도의 차를 생산한다니 그
규모가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도 시음을 해봤는데 색도 예쁘고 맛도 깔끔하면서 부드러워
집에 차가 많지 않다면 샀을텐데 보이차도 있고 보성 녹차도 있고 해서 꾹 참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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