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화항관어를 보고

by blondjenny 2010. 5. 17.

 

화항관어는 서호의 남서쪽에 있는 서호 10대 풍경 중 하나로 늦봄 목련 꽃잎이 떨어지는 호숫가에서
한가하게 노니는 붉은 잉어를 바라본다는 뜻입니다. 남송 때 윤승이 화가산 아래서 개인 화원을
만들어 화초를 재배하고 물을 끌어들여 호수를 만들어 오색어를 기르면서 감상하다가 점차적으로
관광지로 되면서 화가산에 접근해 있어 화항이라 했답니다. 청나라 강희 38년, 1699년에 현엽황제가
서호를 유람할 때 화항관어(花港观鱼)라고 쓴 비석을 양어장 언덕에 세웠는데, 황제가 실수로 고기
어(魚)자에 점을 하나 덜 찍었습니다. 그러나 황제의 글씨라 고칠 수가 없어 그대로 사용한다는 웃지
못할 가이드의 안내가 있었습니다. 지금의 화항관어는 20여 헥타르를 점유하고 있는 대형 공원이며
모란원과 배를 띄우는 항만 등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공원 자체는 봄이라 그런지 너무 예쁘고 화사하고 온통 꽃 천지였습니다. 붉은 잉어는 물론이고 흰
공작이며 동백꽃이 만개해서 그 붉은 빛에 물들 지경였습니다. 2년 전 쯤 통영, 여수 쪽을 갔을 때도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너무 황홀했던 기억이 나더군요. 그런데 얼마나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면
안내 팻말에 한글도 명기되어 있어 반가우면서도 깜짝 놀랐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간 날이 날씨가 좋고
계절이 아름다운 봄이어서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고 관광팀이 하도 많아 잠깐 사진을 찍는 사이에
우리 가이드는 이미 저만큼 가서 보이지도 않고 일행을 찾느라 종종 걸음을 친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결국은 같이 간 친구 두 명이 중간에 우리 팀을 놓쳐 가이드가 걱정을 하며 이리저리 전화를 하더니 입구
쪽에 있는 같은 회사 직원하고 연락이 되어 겨우 찾았습니다. 나중에 입구에서 그 두 명을 만났더니
말도 안 통하는데 큰일났다 싶었다며 정신이 반쯤 나갔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또 길을 잃을까
두려운지 일행에서 떨어지지 않고 열심히 붙어다녔습니다.

관광객도 많지만 자체 중국 시민들도 많이 애용하는 이런 공원이 이렇게 잘 관리가 되고 있는 걸 보니
중국도 이제는 문화를 즐길 여유가 생겼나 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상해나 항주같은 대도시니까
그런 여유도 있겠지요. 워낙 땅이 넓고 인구가 많아 지방으로 가면 당연히 극빈층이 태반일 겁니다.
그런 곳에선 먹고 살기 급급해서 다른 데 신경쓸 여유가 없을 테고요. 어쨌든 우리는 날씨 좋은 날,
좋은 곳에서 꽃 내음을 맡으며 고운 색에 취해 잠시 봄을 만끽하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습니다.

'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성과 송성가무쇼를 보고  (0) 2010.05.21
용정차를 마시며  (0) 2010.05.19
서호에서  (0) 2010.05.14
성황각과 성황묘를 보고  (0) 2010.05.11
항주를 향해  (0) 2010.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