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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송성과 송성가무쇼를 보고

by blondjenny 2010. 5. 21.

 

우리는 가이드의 권유로 저녁에 송성가무쇼를 보기로 했습니다. 선택 옵션이지만 반 강제적으로
일행 전부가 $35 (약 4만원)씩을 내고 무조건 관람을 하게 되었습니다. 전에 북경을 갔을 때도
금면왕조라는 가무쇼를 관람했는데 그 규모가 대단해서 좋은 구경을 했다고 생각했고, 또 쇼에
앞서 송성이라는 일종의 민속촌과 같은 테마파크를 둘러보는 일정도 있어 기대를 했습니다.

송성은 남송시대의 성곽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곳으로 최근 항주의 새로운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중국의 성공적인 관광지 개발의 모델로 평가되며, 단지 건물만 복원한데 그치지 않고,
남송 때의 각종 풍습, 복식, 당시의 거리 모습이나 상점 등을 재현한 항주의 대표적인 테마파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술을 포함한 먹거리도 여러 종류를 팔고 있어 거기서 요기를 해도 충분해보였습니다.
판관 포청천, 방랍의 난이 배경이 되는 수호전 등 낮에도 프로그램이 잘 구성되어 있고, 밤에는 송성
가무쇼로 알려진 송성 천년의 정을 공연하며 여러가지 테마를 조화롭게 잘 짜놓았습니다. 우리는
송성에서 이곳저곳 상점을 기웃거리며 옛 거리를 누비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간단한
기념품을 사기도 하고 특이한 풍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으며 송성가무쇼를 관람하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간간히 빗방물도 떨어지고 밤이 되어 사진이 그리 선명하지
않아 좀 속상했습니다.

송성가무쇼는 남송시대를 재연한 뮤지컬 형식의 가무쇼입니다. 마침내 쇼가 시작될 시간이 되어
안에 입장을 했는데 자리가 너무 뒤쪽이라 무대가 아주 작게 보였습니다. 그것도 조금 앞 좌석은
돈을 더 내야 해서 뒤로 잡을 수 밖에 없었다는 가이드의 변명이 있었습니다. 항주인상서호는 중국의
유명한 장예모감독이 만든 쇼로 1년에 3백만이나 되는 관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관광객이 얼마나
많은지 3,000명도 넘는 객석이 꽉 차고 그것도 부족해서 또 새로 짓고 있었습니다. 서호를 배경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전설과 송나라의 역사, 문화, 사랑을 화려한 춤과 노래로 표현한다지만,
일단은 중국어를 모르니 내용도 정확히 알 수가 없고, 무대장치도 금면왕조만 못한 것 같고, 또 앞
좌석의 중국인들이 얼마나 자주 움직이는지 정말 짜증이 나서 빨리 일어서고 싶었습니다. 공기도
나쁘고 무대도 멀어 흥미가 덜 하는데다 아침부터 움직인 피로감에 졸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끝나갈 무렵 한국의 전통 북춤, 부채춤 등이 나와 얼떨떨했습니다. 한국 사람들이 많이 보러 오니까
흥미를 돋우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겠지요. 끝나자 마자 얼른 밖으로 나오니 그제야 숨을 제대로 쉴
수 있었습니다. 저만 그렇게 느꼈는진 몰라도 부슬비가 뿌린 뒤의 밤공기가 오히려 싱그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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