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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영국)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by blondjenny 2010. 1. 3.

 

런던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인데 어느 곳에서나 가족적이라는 점에서는 다를 바가 없지만
특이한 점이라면 12월 25일은 모든 대중교통 수단이 끊겨 차를 갖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걸어다닐
수 밖에 없습니다. 상점이 문을 닫는 것은 물론이고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무료로 입장을 허용하고 미사를 볼 수 있게 한다는 사실을 접하고 우리는 신자는
아니지만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오후 4시에 맞춰 그곳에 갔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3시 30분 쯤 도착해서 간단한 소지품 검사 후 입장을 했는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는지 자리가 없어 한 쪽 켠에 서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우리는 예식이 시작되고 어린
소년들의 합창이 끝나자 더 서 있기가 힘들어 그만 돌아서 나왔습니다. 짧은 시간였지만 런던까지
와서 그 엄숙한 순간에 함께 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좋은 경험을 한 이번 크리스마스는 두고 두고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겁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런던에서 너무도 유명한 우리에게 사진으로 익숙한 모습이지만 제가 20여 년
전에 보았을 때는 매연으로 건물이 모두 까맸었는데 몇 년 전에 보니 거의 다 하얗게 벗겨졌더군요.
건물의 매연을 벗겨내는데도 돈이 많이 들어 동유럽 가난한 나라에 가면 아직도 검댕이를 뒤집어
쓴 건물들이 즐비합니다. 그 때는 사원의 탑이 굉장히 높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생각보다
그리 높지 않아 의아했습니다. 아마 처음 보았을 땐 책에서만 보던 건물을 처음으로 코 앞에서
실제로 보니 흥분이 되어 제대로 보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사원은 런던 웨스트민스터에 있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공회 성당입니다. 서쪽으로는
웨스트민스터 궁전과 인접해 있습니다. 부근에 있는 웨스트민스터 대성당은 로마 가톨릭교회 소속으로
이곳 사원과는 전혀 별개의 것입니다. 영국 대부분의 왕이 대관식을 올렸으며 왕실의 장례식과 결혼식이
열리는 이곳은 영국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디 애비라고도 불리는데 영국인들은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가장 최고의 수도원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 자리에 수도원이 있었던 것은
약 6세기 경이라고 합니다. 앵글로색슨 왕조의 참회왕 에드워드는 이 수도원을 노르만 양식의 교회로
다시 지었으며, 이 교회는 13세기까지만 존재하였고, 헨리 3세가 현재의 모습으로 다시 지었습니다.
이곳에는 아름다운 고딕양식의 건축물 뿐만 아니라 스테인드 글라스, 대관식때 왕들이 앉았던 의자,
1723년에 처음으로 연주되었다는 오르간, 박물관 등 볼 것이 매우 많습니다. 저명인사의 묘도 많은데,
특히 초서, 스펜서, 테니슨 등 많은 시인들의 무덤이 있어 이 사원의 남쪽은 시인의 코너로 불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