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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영국)

런던을 떠나며

by blondjenny 2010. 2. 27.

 

이번 런던 여행에서는 비교적 한 곳에 오래 머물러 런던을 좀더 자세히 볼 수 있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날씨가 아닐까요? 런던 날씨는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머무는 동안 70% 이상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오거나 눈이 와서 햇볕만 나면 무조건 밖으로 나갔습니다. 현지 영국인들은
웬만한 비에는 우산도 쓰지 않고 태연하게 다니고 좀 나이든 사람들은 후드 있는 옷으로 머리만
가리는 정도였습니다. 사실은 비바람이 세서 우산도 다 망가지고 우산을 쓰나 안 쓰나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저의 큰 애도 우산이 망가져서 아예 안 쓰고 다니더라고요. 그래도 제 생각엔
우산이 있어야 할 것 같아 가져간 제 우산을 주고 왔습니다. 또 하나는 물가가 너무 비싸서 꼭
필요한 것이 아니면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아마 거기서 직장생활을 하며 파운드를 받는 사람들은
크게 피부로 못느끼겠지만 저희같이 유학이나 관광으로 온 사람들은 달러나 한국돈 원화로 환산을
하면 너무 비싸서 집었다가 도로 놓기 일쑤였습니다.

한국 식품은 더더욱 비싸서 김치도 1/8 쪽 정도 든 작은 봉지 하나에 8천원에서 만원이라 큰 애는
김치가 꼭 먹고 싶을 때만 사서 아껴 먹는다고 해요. 3주 이상 머물다 보니 매 끼 사먹는다는 것도
말이 안되고 저는 김치 없이 밥을 먹기도 힘들어 중국 마켓에 가서 배추 한 통 하고 기다란 일본
무를 사왔습니다. 그러나 김치를 담그려 해도 고춧가루나 젓갈이 있을 리 없고 일일이 사자니
제가 떠난 뒤엔 계속 쓰지도 않을 텐데 싶어 할 수 없이 하얀 물김치를 담고, 무는 짠지같이 만들어
정 한식이 먹고 싶을 때 먹으라고 했습니다. 그나마 물김치가 익으니 그것도 없는 것 보다는 나아
모두들 '바로 이 맛이야' 하며 맛있게 먹었습니다.

런던을 떠나는 날은 서둘러 간단히 아침을 먹고 큰 애는 지하철역까지만 오고 공항에는 아예 나오지도
못하게 했습니다. 공항이 멀기도 하고 큰 애 혼자 돌아가는 것도 마음에 안 좋아 작은 애하고 저하고
둘이서 지하철을 몇 번씩 갈아타며 히드로 공항으로 갔습니다. 큰 애한테는 둘이 가는데 그거 하나
못 가겠냐고 큰 소리를 쳤는데 사실은 지하철을 잘못 타서 갈아타느라 고생을 좀 했습니다. 만남과
헤어짐을 고등학교 때부터 했는데도 면역이 덜 됐는지 여전히 편치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작은 애와
저는 뉴욕 행 비행기를 타야 하니 여러 가지로 바빠서 오래 생각할 틈도 없었지만, 큰 애는 빈 방에

혼자 들어가면 빈자리가 더 크게 느껴졌겠지요. 앞으로 스페인 여행기를 쓰겠지만 이번 런던 여행

중에 스페인도 갔다 오고, 런던도 제대로 본 것 같고, 아이들과 좋은 시간도 보내 한편으로는 기분

전환도 되고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위 사진은 큰 애가 다니는 유명한 건축대학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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