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우디를 만나다 3 - 사그라다 파밀리아

 

가우디가 설계한 걸작 중 하나이면서 동시에 미완성된 작품인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성당)는
1882년 프란세스 데 파울라 비야르가 네오 고딕 양식으로 건축을 시작했으며, 1884년 가우디가
총감독을 맡아 진행하던 중, 1891년 재정난으로 일시 중단 위기에 몰렸으나 시공업자인 가우디가
주문받은 다른 건축물의 수익금과 자신의 개인 재산, 연고자를 대상으로 한 기부금 모금 등으로
근근히 지속되었습니다. 가우디의 죽음 후에는 뜻있는 사람들의 모금과 입장료 등을 재원으로
지금의 독특한 가우디 양식의 성당이 지어지게 되었습니다. 성 가족성당의 동쪽 탑은 예수의
탄생을, 서쪽 탑은 수난과 죽음, 남쪽은 영광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가우디는 이 성당의 4개 탑과
지하 예배당, 예수의 탄생을 주제로 한 동쪽의 문을 건축하고 1926년 교통사고로 사망하였습니다.
현재까지도 성 가족성당은 지속적으로 공사 중이며 완공까지는 100-20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하니 영원히 미완성으로 남을 가능성도 배제하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가우디 이후 계속 지어지고 있는 옆의 건물을 보니 오히려 짓지 않았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가우디 시대와는 다른 시대에 재정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언제 완공될지도 모르는
가우디의 설계를 무조건 따라 할 수만은 없겠지만, 가우디가 지어놓은 건물과는 외관에서부터 너무
차이가 나서 한 덩어리로 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가우디의 손길이 얼마나 위대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걸 보면서 건축가의 의도나 성향에 따라 그 결과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역에서 내려 지상에 발을 딛는 순간 그 유명한 책에서만 보던 뾰족한 탑들이 코
앞에 서있었습니다. 그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으면서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을 통틀어 가장 감격스럽고 행복한 순간였습니다. 오죽하면 모든 경비를 대준
남편에게 고맙다는 생각까지 했을까요. 우리는 그 성당 주변을 몇 번이나 돌고 사진을 지치도록 찍고
또 찍었습니다. 어느 혼자 여행온 일본 노신사가 본인의 모습을 담은 성당 사진을 찍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워 작은 애가 찍어주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서 단체로 관광온 아줌마, 아저씨들도
서로를 부르며 사진찍기에 바쁜 모습였습니다. 바르셀로나는 '가우디가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가우디의 건축물을 보려는 우리같은 사람들로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위대한 예술가나 건축가의 존재가 얼마나 엄청난 문화유산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