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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스페인, 포르투갈)

가우디를 만나다 4 - 구엘 공원

by blondjenny 2010. 4. 6.

 

우리는 숙소에서 멀지 않은 곳에 구엘 공원이 있는 것을 보고 지도를 들고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한 10분 정도 걸으니 구엘 공원 안내판이 나타나고 그 때부터 언덕이 시작되었습니다. 언덕을 오르며
이건 관광이 아니라 등산이라는 둥 불평을 해댔지만 막상 눈 앞에 타일을 붙인 담장이며 동화 속 집과
같은 건물이 나타나자 재미있는 모습에 마음이 들떠 불평은 간데없고 카메라가 먼저 손에 잡혔습니다.

빠르께 구엘(구엘 공원)은 가우디의 후원자였던 구엘 백작이 그리스 문화의 영향을 받아 바르셀로나의
펠라다지역을 매입한 후 가우디에게 그리스의 팔라소스 산과 같은 신전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에서
시작되어 만들어진 공원입니다. 원래는 전원도시를 동경한 구엘 백작의 구상에 의해 바르셀로나 시가지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60여채의 주택을 지어 예술가 마을로 만들 예정이었으나 자금난 등으로 인해
30채만 지어졌으며 그나마 당시 교통의 불편과 시대적인 이질감 등으로 인해 3채만이 분양되었습니다.
가우디는 경사가 심한 언덕지역인 이곳에 구불구불한 커브 길을 만들고 주변의 자연을 최대한 살리면서
다리, 수로 등의 토목공사를 진행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 친화적인 건축을 지향했던 가우디는
각종 나무와 꽃을 심어서 건축과정에서 생긴 자연 훼손을 최대한 줄이려고 노력했다고 합니다. 결국
이곳은 1922년부터 일반 공원으로 개방되었으며, 1984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독특한 공원 정문을 들어서면 돌계단과 변형된 도리아식 광장이 나오며, 델포에 있는 그리스 극장의

이름을 차용한 신전도 위치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깔의 타일과 조경으로 인하여 정문에 들어서면서부터

마치 동화책에 나오는 하얀 크림이 덮여있는 과자로 만든 집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록달록한 타일

색깔탓인지 자유로운 곡선탓인지 아이들처럼 마음이 즐거워지고 가벼워졌습니다. 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을 반기는 것은 화려한 타일 모자이크의 도마뱀으로 빗물을 모아두는 분수이기도 한데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로 늘 주위가 붐빕니다.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넓은 공간에 음악하는 사람,

마임하는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바르셀로나의 전경이 눈 앞에 펼쳐집니다. 가장자리로는 앉아

쉴 수 있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는데 등받이는 색색의 타일이 가우디 특유의 모자이크 방식으로 장식

되어 눈길을 끕니다. 우리는 그 모자이크가 특이해서 번갈아가며 사진찍기에 바빴습니다. 더 뒷쪽으로

올라가면 나무가 우거진 산책로와 벤치들이 있는데 마치 흙과 돌을 적당히 버무려 만든 것 같은데 곧지

않으면서도 아직까지 쓰러진 적이 없다니 가우디의 건축기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엘 공원

입구에서 오른편에 있는 건물은 가우디 박물관이며 이곳은 가우디가 죽을 때까지 20년 간 살았던

곳입니다. 가우디가 쓰던 물건들과 디자인한 가구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가우디의 스케치나 습작,

건축 모형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언덕에 위치해 전망 좋고 특이한 형태의 이 공원은 많은 관광객에게 볼거리와 함께 즐거운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곳곳을 누비며 바쁘게 돌아다니다 보니 다리도 좀 아프고 목도 말라서

잠시 벤치에 앉아 가져간 귤을 까먹으며 다른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런 유쾌한 공원은 만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가우디의 뛰어난 상상력과 색감에 경의를 표하며 올라갈 때와는

달리 빠른 걸음으로 가볍게 언덕을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