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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스페인, 포르투갈)

바르셀로나를 떠나며

by blondjenny 2010. 4. 22.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날 아침, 하늘은 다시 맑게 개었고 비상 식량을 넣어왔던 배낭은 친구와 친지들에게

줄 스페인 산 커피 몇 봉지로 채워졌습니다. 우리는 숙소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그라시아 역에서 올 때와

마찬가지로 지로나까지 기차를 타고 거기서 공항가는 버스로 갈아탄 후 비행기를 타야하는 긴 여정을

다시 반복해야 합니다. 오후 비행기라 시간이 좀 있어 가방을 메고 그라시아에서 까사 바뜨요와 까사 밀라를

다시 한 번 보고 행여라도 잊을까 눈도장을 찍고, 분수가 있는 공원 벤취에 앉아 바르셀로나와 지로나에서의

시간들을 되새겨 보았습니다. 비슷한 항공요금으로 런던에서 가까운 유럽의 어느 도시든 갈 수 있었지만

바르셀로나를 택하길 잘했다는 생각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의견였습니다. 막연히 가우디가 있는 스페인의

한 도시라는 정도만 알았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막상 이 도시에 발을 들여 놓았을 때,

우리는 런던과 달리 활기차고 유쾌한, 낭만적인 도시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날씨 탓도 있겠지만 그 많은

중세의 유적들과 가우디의 발자취를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보존하면서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발전해나간다는 느낌였습니다.

우리는 바르셀로나에 가면 소매치기를 주의하라는 여러 사람의 조언을 받아 조심한 탓인지 다행히 아무

탈 없이 지로나로 가는 기차에 올랐습니다. 지난 번 이 도시에 올 때 왜 기차에 검표원이 없을까 의아했다고

했는데, 기차가 출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검표원이 나타났는데 공짜로 기차를 타려던 두 남녀는

표가 없어 검표원에게 야단을 맞고 그 다음 정류장에서 내릴 수 밖에 없었고, 다른 한 여인은 멀리 검표원이

나타나자 슬그머니 그 정류장에서 내리더군요. 매번 검사를 하는 것 같진 않은데 그래도 이렇게 기습적으로

검표를 함으로써 무임승차 하려는 사람들을 걸러내는 것 같았습니다.  우린 이 여행을 통해 말도 잘 안 통하고

가이드도 없이 지도 하나 달랑 들고 이곳저곳 다니면서 구경한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어쭙잖은 자신감도

얻었습니다. 이젠 누가 지로나나 바르셀로나 이야기만 해도 그 도시가 그려지면서 많은 사진과 더불어

유쾌한 느낌으로 기억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