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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터키를 향해

by blondjenny 2010. 6. 22.

중국 여행을 같이 간 선배가 9월부터는 일이 있어 여행하기 어려우니 그 전에 어딘가 한 군데를
더 가자고 상해를 떠나기 전부터 여러 번 얘기를 했습니다. 전 그러자고는 했지만 꼭 가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다른 일로 전화를 해도 여행에 대해 물으며 너무 기대를 해서 본격적으로 알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편은 비지니스로 워낙 해외출장을 많이 다녀 터키에 대해 물으니
자기는 이스탄불만 몇 번 가봤지만 볼 게 많으니 가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평소에 가고 싶던
그리스와 터키를 여행사 별로 집중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7,8월은 덥기도 하고 휴가철이라
값도 비싸지더군요. 그래서 꼭 가겠다면 5월 말-6월 초가 적당할 것 같았습니다. 대부분 여행사들이
그리스와 터키를 묶거나 터키 단독 프로그램은 있어도 그리스 단독 스케쥴은 없어 터키만을 가면
나중에도 그리스만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리스와 터키를 같이 가는 스케쥴을
봤는데 그리스 사태 때문인지 그리스를 포함하는 스케쥴은 인원이 안차서 대부분 취소가 되어 할
수 없이 터키만 가기로 했습니다. 어느 여행사나 일정은 비슷했지만 유류할증료와 환차에서 차이가
있어 그중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하여 4명이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중국 갔다온지 얼마 안되어
남편한테는 미안했지만, 젊었을 때 출장으로 거의 1/3은 집을 비웠던 미안함이 있어서인지 제
여행에 늘 적극적으로 찬성하며 마음의 짐을 덜어주어 고마웠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약 8일 간의 터키 여행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인천공항에서부터 생겼습니다.
우즈베키스탄 항공기로 갈 예정였는데 비행기가 고장이 나 고친다며 오전 11시에 떠나는 일정이 오후
5시 반 아시아나 항공기로 바뀌면서 이스탄불에 도착을 못하고 우즈베키스탄의 타쉬켄트에서 첫 날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아본 여행사를 통해 예약을 한 건데 이렇게 돼서 같이 간 일행에게
얼마나 미안하던지요. 결국 다음 날 낮이나 돼야 이스탄불에 도착하니 반나절 일정에 차질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여러 명이 항의도 하고 의논도 한 끝에 결국 전 일정을 통해 좀 늦게 호텔에 들어가더라도
예정했던 일정을 빼먹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타쉬켄트에서 첫 날밤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인천에서
오랜 시간 기다림에 지쳤는데 약 7시간의 비행 끝에 막상 타쉬켄트 호텔에 들어오니 호텔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피로와 짜증이 한 방에 날아갔습니다. 원래 타쉬켄트라는 도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도 없고 막연히 후진국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그들의 색에 대한 감각은
뛰어난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 웬만한 호텔보다도 침구와 커텐과 가구의 조화가 잘 이루어져
느낌이 좋았습니다. 우린 생각지도 않던 장소에서 뜻밖에 안락한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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