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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톱카프 궁전에서

by blondjenny 2010. 7. 4.

하기아 소피아 성당을 보고 큰 감동을 안고 나오니, 이스탄불에서 한 군데 더 보고 앙카라로 이동을
한다고 합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 톱카프 궁전이 있고, 그 안의 보석관이 유명하다 하여
뜨거운 태양 아래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출발할 때 생긴 문제로 반나절
일정 중 일부를 나누어 소화해야 해서 시간이 많지 않아 가이드의 독촉을 받으며 종종 걸음을 쳤습니다.
이스탄불에서 앙카라까지는 약 6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최소한 오후 2-3시에는 출발을 해야 밤 8-9시쯤
앙카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행의 앞에는 현지 가이드가 서고 맨 뒤에는 서울서부터 인솔한
가이드가 지키고 있어 주변 구경도 하고 사진도 많이 찍고 싶었지만 단체 행동이라 눈치가 보였습니다.
그 와중에도 가는 도중에 특이한 터키의 거리 풍경에 가이드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톱카프 궁전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고 궁전 입구부터 쭉쭉 뻗은 나무와
빨간 꽃이 핀 정원이 너무 예쁘게 가꾸어져 있어 사람들은 감탄하며 현지 가이드의 설명에도 아랑곳
없이 기념사진을 찍느라 분주했습니다.

톱카프 궁전은 15세기 중순-19세기 중순까지 약 400년 동안 오스만 제국의 군주가 거주한 궁전입니다.
이스탄불 구시가지가 있는 반도, 보스포러스 해협과 마르마라해, 금각만이 합류하는 지점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에 세워져 있는데 현재는 박물관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총면적은 70만 평이며, 벽
길이만도 5km나 됩니다. 톱카프 궁전은 세 개의 문과 그에 딸린 네 개의 넓은 중정을 가지고 있으며,
유럽의 다른 궁전과는 달리 화려하지 않은 것이 특색입니다. 대화재가 네 번이나 일어나면서 당시에는
존재했을지도 모르는 건축적인 조화를 현재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궁전 안으로 들어가는 첫 번째
문은 황제의 문 또는 술탄의 문입니다. 문의 바깥 쪽에 새겨진 글은 메흐메트 2세가 이 궁전의 건축을
1478년에 완공했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황제의 문을 들어서면 첫 번째 마당인 제 1중정이 있는데
일반 백성은 이곳까지만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으며, 제 1중정에는 진료원, 장작 저장소, 제빵소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동로마 제국 때 지은 하기아 이레네 성당과 화폐 제작소 말고는 남아있는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두 번째 문인 경의의 문부터는 일반 백성의 출입이 금지되었으며, 문 양쪽에는
방추형의 석탑이 세워져 있고, 문 뒤에 있는 넓은 마당은 제 2중정으로 이곳에는 대신들이 국사를
논의하던 디완 건물과 거대한 황실 주방인 부엌 궁전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마당 오른쪽에 있는
부엌 궁전은 군주를 비롯해 궁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직분에 따라 열 개의 별도 주방을 갖고 있었습니다.
세 번째 지복의 문은 군주와 군주의 측근만이 통과할 수 있는 문으로 이 문 뒤에 있는 제 3중정에서는
군주의 즉위식이 성대하게 열렸습니다. 이곳에는 남성출입금지 구역으로 알려진 하렘이 있었는데,
하렘 건물에는 약 250개에 이르는 방이 있습니다. 또한, 이곳에는 오스만 제국 시대의 각종 보석과
보물을 전시한 보석관이 있는데 수없이 많은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가 박힌 각종 목걸이와 반지,
그릇, 칼의 손잡이 등 보석들이 즐비했습니다. 그러나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눈으로만 보고 만족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4중정에는 오스만 제국 근위대의 지휘관과 관리를 양성하기 위한 궁정학교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시간에 쫓겨 가이드가 제시한 시각에 맞추느라 그야말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한 바퀴 휙 돌고
눈도장만 찍고 돌아나왔습니다. 이스탄불에서의 일정이 반토막나는 바람에 소피아 성당이나 톱카프
궁전을 제대로 못 본 것 같아 다음에 시간을 갖고 다시 한 번 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앙카라를 향해 버스에 올랐습니다.


*위 사진은 톱카프 궁전의 세 개의 문 중 지복의 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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