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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파샤바 계곡(버섯바위 계곡)에서

by blondjenny 2010. 8. 3.

갑파도키아 지역이 원래 기암 괴석으로 유명하지만 우치사르를 떠나 얼마 간 지난 후,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마치 무슨 만화 속 스머프 마을에 온 것처럼 모든 바위들이 버섯 모양을 하고 있어
그 특이한 풍경에 또다시 사진기를 계속 눌러댔습니다. 좀 전에 우치사르에서 보았던 그랜드 캐년과
같은 광활함 대신 유머가 느껴지는 웃음이 나올 것 같은 그런 모습였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곳은
기독교의 박해를 피해 산으로 숨었던 기독교인들의 신앙의 마을입니다. 사람들이 그들의 신앙생활을
위해 바위에 굴을 파서 만든 곳으로 바위 속 거주 공간은 덥고 건조한 기후를 피할 수 있고, 적들에게
노출되지 않아 종교 탄압시기에 기독교인들의 훌륭한 피난처가 되었습니다. 그 중 한 석굴에 2-3층
정도 높이의 한 사람이 겨우 올라갈 수 있는 좁은 사다리가 있어 위에서 사람들이 내려오길 기다렸다
올라갔습니다. 그곳은 성 시몬이라는 교회였는데 내부 공간도 좁아 서너 명이 들어오면 벌써 비좁게
느껴져 오래 머물러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 안에 벽화가 있어 사진을 몇 장 찍고 밑에서 내려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어 급히 사다리를 내려오는데 올라갈 때 보다 더 가파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앙코르왓의 사원과 비교하면 가파르단 단어조차 적합치 않은 용어입니다. 우린 그 당시 종교적 박해가
얼마나 심했는지를 어렴풋이 느끼면서 이곳저곳 색다른 풍경을 찍고 또 찍으며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이런 경치는 보기 어려울 것 같았습니다.

파샤바 계곡을 떠나 눈깜짝 할 새에 도자기 제조, 판매하는 매장에 도착하였습니다. 매장 입구 넓은
공간에서 물레를 돌리며 직접 도자기를 만드는 시연도 하고 안쪽에서는 구워진 도자기에 무늬를 넣고
색을 칠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하고 화려한 색상에 넋을 잃고 보다가 매장 주인의 안내로
판매하는 곳에 가니 그야말로 온갖 색이 다 모여있는 것 같았습니다. 원색의 화려함과 반짝임에 기분마저
들뜨는 것 같아 흥분을 가라앉히며 매장에 진열된 접시며 장식용품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다 매장 한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벽시계에 시선이 꽂혀 결국 우리집 거실에 걸린 작은 시계를 이걸로 바꿔야겠다고
마음먹고 수공으로 꽃이 장식된 시계를 하나 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행여 깨질까 직접 들고 다녀야해서
여행 내내 얼마나 저를 귀찮게했는지요. 저는 여행할 때 비교적 쇼핑을 안하는 편인데 터키에 와서는 그
화려한 색상에 끌려 몇 가지를 샀는데 다시는 이런 짓 안하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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