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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갑파도키아(괴레메)를 향하여

by blondjenny 2010. 7. 24.

 

소금호수를 출발하여 2시간 이상을 더 가야 갑파도키아 지역에 도착합니다. 그 동안 버스 안에서
차창 밖으로 끝없이 펼쳐진 초원과 길가에 핀 빨간색 관상용 양귀비꽃, 노란색 카놀라꽃, 멀리 보이는
만년설 등을 보며 참 평화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아주머니가 화장실이
급하다 하여 일정에도 없는 장소에서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곳은 작은 레스토랑였는데 돈도 안
받고 화장실을 쓰게 해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요. 소금호수에서 돈을 아끼느라 참으셨는지 아무튼
덕분에 주변 경치도 몇 장 찍었습니다.

갑파도키아는 한 개의 도시를 이르는 말이 아니라 여러 개의 도시 및 산으로 이루어진 지역을 일컫는
말로써, 아나톨리아 고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실크로드가 통과하는 길목으로 대상 행렬이 근대까지
이어진 곳입니다. 괴레메와 갑파도키아는 본래 같은 지역으로 터키인들은 이 일대를 통틀어 괴레메라
부르는데, 옛날 이곳에 갑파도키아라는 왕국이 있었기 때문에 갑파도키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곳은 아나톨리아 중부의 황량한 화산지대로 선사시대 때부터 화산 활동이 활발하여 화산재가
많이 퇴적되어서 그때 형성된 응회암층이 오랜 세월 비바람에 침식되면서 버섯이나 죽순 모양의
기암이 되었습니다. 대규모 기암지대로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모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불가사의한 바위들이 많습니다. 적갈색, 흰색, 주황색의 지층이 겹겹이 쌓여있는데 이것은 수억년
전에 일어난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용암이 수백 미터 높이로 쌓이고 굳어져 응회암과 용암층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지로 쓰였을 만큼 신비한 모습을 지니고 있습니다.

기암 괴석과 함께 이곳은 터키 기독교의 아픈 역사의 현장입니다. 갑파도키아는 신앙을 지키기 위해
아랍인들로부터 도망쳐 온 기독교도의 삶의 터전이었습니다. 그 중 석굴교회는 4세기 경 로마제국의
기독교 박해를 피해온 기독교도들이 만들기 시작했으며, 6세기 후반 이슬람 왕조의 침공을 받게 되자
신자들은 동굴이나 바위에 구멍을 뚫어 지하도시를 건설해 끝까지 신앙을 지키며 살았습니다. 11세기
초에 이르러서는 인구가 7만 명, 석굴교회와 수도원 수는 한때 360개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인구가
늘자 굴 안에 주거지, 학교, 식료품 저장소, 우물, 환기용 굴뚝, 묘지 등을 갖춘 지하도시가 건설
되었습니다. 갑파도키아에는 현재 100여 개의 교회가 남아있는데 이 석굴교회는 지상에 있는 교회와
다를 바 없는 십자 형태의 구조를 하고 있거나 둥근 천장을 가진 곳이 많습니다. 교회의 프레스코화는
보존상태가 좋을 뿐더러 내부의 장식이 아름답습니다. 이곳이 자연과 문화의 복합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프레스코화는 8-9세기 전반의 우상 파괴운동 때 파괴되어 초기의 것은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9세기 후반-13세기까지의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비잔틴 양식이 많은데, 작풍은
대부분 소박하고 검소합니다.

 

*기암 괴석의 사진은 이어지는 각각의 관광지 사진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
*위 사진은 어느 교회의 프레스코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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