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갑파도키아에 도착하여 첫 관광지로 데린구유라는 지하 석굴 거주지를 들렸습니다. 지하도시는
기원 전 400년 경의 기록에서도 도시의 모습이 기록되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진 이곳은 개미집처럼 지하 120m까지 뻗어있는 지하도시인데 현재는 8층까지만
개방하고 있습니다. 1965년에 처음 공개되었으나 관람할 수 있는 면적은 10%에 불과합니다. 그 발상과
역사에 대해서는 의혹이 많으며, 한때는 아랍인에게서 도망쳐온 기독교도가 살았던 적도 있다고 합니다.
이 지하도시에는 일체의 성화가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기독교 초기 때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동굴 속
통로를 내려가면 끝없이 미로가 뻗어있고 빛도 들지않는 지하지만 관광객을 위해 곳곳에 등을 달아놓아
가이드를 따라 내려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계단도 좁고 가파르고 때로는 몸을 구부리고
이동을 해야 해서 노약자는 지상에 남아서 기다리라고 가이드가 조언을 하더군요. 허리를 펼 수 없는
공간도 많은데 내부의 환기통은 각 층을 통과하도록 되어있고, 땅속에서 지하수를 파서 식수로 사용하고
또한 이것을 지하 공기를 맑게 해주는 통풍 장치로 원용하였습니다. 주거지로 사용하던 방들, 부엌, 교회,
곡물 저장소, 동물 사육장, 포도주 저장실, 성찬 및 세례 장소, 신학교 등 도시기능을 완전히 갖추었습니다.
지하층에는 십자가 모양의 교회, 지하감옥 및 묘지도 있다는데 우리는 찬찬히 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한때는 4만 명까지 살았다고 하는데 곳곳에 적의 침입에 대비한 둥근 맷돌 모양의 석문이 놓여있고,
긴급시 타 지하도시로 피신할 수 있는 지하터널은 9㎞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같은 지하도시가 이
지역에 36개 정도 더 있습니다.
지하에 이렇게 넓은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고 정말로 이렇게 생활할 수도 있다는 게 실제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도시가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동력이 들었을까를 생각하니,
더구나 쫓기는 몸으로 들키지 않게 조심스럽게 만들었을텐데 그들 자신들의 공동체와 종교를 지키기
위한 힘겨운 노력이 느껴져 새삼 숙연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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