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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원형대극장을 보고 에페소를 떠나며

by blondjenny 2010. 9. 16.

셀수스 도서관 관람을 마친 후, 원형대극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건조하지만 뜨거운 지중해의
더위에 사람들은 좀 지쳐있었는데 에페소에서 마지막 코스라는 소리에 정신이 나서 또다시 기운을
차리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원형대극장은 헬레니즘 시대에 세워졌으나 현재 남아있는 것은 클라디우스 황제(A.D.41-54) 때 공사가
시작되어 트라양트 황제(A.D.98-117) 때 완성된 피온의 언덕 경사면에 지어진 것입니다. 2만 4천명을
수용할 수 있고 관중석 위에서는 고대 항만을 바라볼 수 있었다고 하는데 공연을 보면서도 바다를 통해
들어오는 적군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터키 전역에 산재한 노천극장 중에 가장 규모가 크고, 3단
구조이며 각 단은 22계단으로 되어있습니다. 음향효과를 높이기 위해서 좌석이 돌출되어 있으며 좌석과
좌석 사이에는 수로를 놓아 소리가 끝까지 들리도록 했답니다. 오디오의 원형이 이곳이라고 하는데
무대에서 객석까지 울려퍼지는 효과는 원형이 주는 에코의 효과도 있지만 인공적으로 화음을 조절해
주는 부분을 만들어 소리의 파동을 도왔다고 합니다. 인구 20만이 살던 당시에 2만 4천명 정도가 이곳에
모였으면 도시 인구의 약 1/10이 모였다는 얘기니 음악에 대한 그들의 열정을 알 수 있습니다. 1964년
부터 발굴되기 시작하였으며 현재 많은 부분이 복원되었습니다. 이런 오랜 과학적인 연구가 이어져
오늘날의 문명이 탄생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우리 일행은 여전히 이글거리는 태양을 뒤로 하고 에페소에서의 모든 관람을 마치고, 원형대극장에서
항구까지 연결된 폭 11m, 길이 500m인 아르가디안거리(항구도로)를 따라 북문을 향해 걸었습니다.
이 도로 양쪽으로 상점들이 있었고, 도로 오른쪽에는 성모마리아 교회가 있었답니다. 본래는 이곳에서
1km 떨어진 곳이 항구였으나 그 동안 지진 등으로 구조가 변해서 현재는 약 6km 떨어진 곳에 바다가
있습니다. 지진과 함께 항구가 멀어진 것이 도시 멸망의 원인이라고 합니다. 뜨거워서 힘들었지만
다른 어느 장소보다도 많은 역사가 살아있는 곳을 보게 되어 감동적이면서도 너무 많이 파괴되어
안타까운 마음으로 에페소를 떠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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