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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아이발륵에서의 여유

by blondjenny 2010. 9. 23.

에게해의 휴양도시 아이발륵은 소나무와 올리브나무 숲 가운데 있는 매력적인 항구도시이자 인기있는
휴양도시입니다. 그 동안 터키여행은 이동 구간이 길어 항상 허겁지겁 빠듯한 일정으로 새벽부터
밤까지 숨가쁘게 달려왔는데 이곳에서는 좀 여유있게 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졌습니다.
아이발륵의 호텔까지 가는 동안 벌써부터 마음이 여유로와지고 호텔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는 설명에
몸과 마음이 시원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 동안 터키에서 묵은 호텔은 제대로 갖춰진 호텔이라 할 수
없을 만큼 작고 볼품 없었거든요. 호텔에 도착하여 방에 들어간 순간 여기가 천국이 아닐까 할 정도로
야자수가 어우러진 야외 수영장과 몇 발자국 떨어진 해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더위에 헉헉거리던
에페소에서의 모습은 간데없고 찬물에 몸을 담그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잠시 수영장에서
놀다가 그래도 에게해에 몸을 담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해변으로 갔습니다. 아이발륵 해변의 물은 한
여름에도 맑고 시원하며 해변의 모래는 금빛으로 빛난다는데 늦은 오후라 그런지 물이 그렇게 깨끗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석양에 반짝이는 바다와 해변은 그 모든 것을 덮고도 남을 정도로
정말 황홀했습니다. 잠시 여행자라는 사실조차 잊고 복잡한 모든 것을 내려놓은 채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 시간은 아무런 스트레스도 느낄 수 없었습니다. 같이 간 선배는 꼭 다시 와서
남편과 같이 이 광경을 보고싶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옷을 갈아입고 머리도 말리지 못한 채 식당으로 내려가니 석양에 멀리 바다가
보이는 곳에서 외국인 셰프가 만들어준 음식은 맛을 떠나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식사 후, 바닷가도 둘러보고 호텔 근처의 예쁜 집들도 다시 한 번 볼 겸 산책에 나섰습니다. 대부분
좁은 마당에도 꽃을 키우는 그들의 여유를, 자연을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을 닮고 싶었습니다. 석양에
반짝거리던 해변도 점차 어둠 속으로 빠질 무렵, 에게해의 미풍을 받으며 더 머물고 싶은 마음을

억지로 떼어놓고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참 행복한 저녁였습니다.
*위 사진은 호텔 수영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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