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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고대도시 트로이에서

by blondjenny 2010. 10. 2.

트로이 전쟁에 이어 고대도시 트로이의 지정학적 위치와 발굴 경위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릴게요.
다르다넬스 해협은 지중해에서 이스탄불과 흑해로 들어가는 관문으로서, 전략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항상
중요한 자리를 차지해왔습니다. 고대도시 트로이는 그 다르다넬스 해협의 남서쪽 끝(아시아 쪽)에 자리
잡고 있으며, 에게해에서 6km 정도 떨어져 있고 스카만드로스강과 시모이스강이 있는 평야를 내려다 보는
히살리크 언덕 위에 있습니다. 이러한 지리학적 위치는 바다와 매우 근접하여 외부 침입의 위협을 받지도
않으며, 또 너무 멀지도 않아 교역의 어려움도 없기 때문에 문명이 발달하기에는 아주 적합했습니다.
그래서 트로이는 기원전 4,000년 전부터 사람이 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의 트로이는 호메로스의
일리아드로만 기억되고 있지만 이 도시는 과거 여러 문명이 거쳐간 중요한 도시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시인이었던 호메로스가 지은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는 '트로이 전쟁'에 관한 이야기가 묘사되어 있는데
'일리아드'에는 전쟁 이야기가, '오딧세이'에는 전쟁 뒤의 이야기가 씌어져있습니다. 특히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에서 활약했던 용사들과 영웅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고대에서는 트로이에 관한
이러한 이야기들을 사실로 믿어왔으나, 19세기에 와서는 전설로 밖에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고대도시 트로이는 지구 상에서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독일의 슐리만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읽어주는 '일리아드'를 들으며 잃어버린 도시, 트로이에

관한 호기심을 키우며 자랐습니다. 슐리만은 트로이 유적을 발굴하기 위해 여러 나라의 언어를 독학으로

익혔으며, 상인으로 성공하여 부자가 되자 트로이를 찾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슐리만이 50세가 되었을

때, 그는 사업으로 번 전 재산을 통틀어 트로이 탐험에 나섰습니다. 1870년 슐리만은 드디어 트로이 성벽과

궁전들을 발견하고 유적과 유물을 잇달아 찾아내었습니다. 슐리만에 의해 9개 층에 이르는 유적이

파헤쳐졌는데 초기 발굴에서 슐리만은 9개 층에 달하는 유적 중 2번째 층이 트로이 유적이라고 믿었지만

후에 밝혀지듯이 트로이 유적은 6번째 층입니다. 3년에 걸친 발굴로 인해 슐리만은 엄청난 양의 유물을

발견합니다. 그때 보물상자도 발견하게 되는데 이 보물상자는 트로이보다 1,000년 전의 유물로서 이

상자에는 16,000여 개의 금붙이로 만든 왕관까지 있었습니다. 이 유물들은 슐리만이 많은 어려움을

무릅쓰고 독일로 가져와 그의 사후에 박물관에 기증하였으나 1945년 독일로 진주한 소련이 탈취하여

지금은 러시아에 있습니다. 슐리만의 발견으로 전설 속에서나 있을 것이라 믿었던 고대도시 트로이가

현실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트로이 유적은 199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현재 트로이 유적지는 그 터와 당시의 목마를 복원해놓은 거대한 목마가 입구에 남아있을 뿐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실물크기로 복원된 목마는 내부까지 쉽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트로이 목마 이야기는 지진의

신인 포세이돈의 상징이 말이기 때문에 거기서 비롯된 전설일 것이라는 이야기가 우세합니다. 목마를 본

다음에는 트로이에 대한 이야기와 발굴 현장을 담은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는 전시실에서 현지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여전히 술냄새가 역겨워 가까이서 설명을 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뒷편의 유적지를

돌아보았습니다. 아직은 그 넓은 면적이 거의 발굴되지 않은 상태로 버려져있어 에페소에서와 비슷한

허망함과 비애, 세월의 무상함이 느껴졌습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서울을 떠날 때 들었던 목마

외에 볼 게 없다는 말에도 저는 괜히 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독일 고고학자들에 의해 계속 발굴

중에 있다니 시간이 흐르면 조금씩 전성기 때의 옛 모습을 찾으리라고 생각하며 발길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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