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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터키)

터키 여행 후

by blondjenny 2010. 11. 24.

 

인천 공항에서 멀리 마중나온 남편의 얼굴이 보이자 현실로 돌아왔다는 걸 실감하면서 이 여행은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떠날 때와는 달리 반가운 마음이 드는 것도 여행의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대할 때는 그날이 그날이라 귀한 줄도 반가운 줄도 모르고 지나는 얼굴인데,
이렇게 며칠 만에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동시에 떠날 때 미처 처리하지 못한
문제들과 다시 대면해야 한다는 게 부담이 되지만 떠날 때 보다 해결할 수 있는 자신감이랄까 기운이
생겨 마음이 덜 무거운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여행은 여행하는 동안 본인들이 속해 있던
공간에서 생기는 모든 현실적인 문제에 어쩔 수 없이 관여하지 못함으로써 잠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주기 때문에 기분전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여자들은 본인이 만들지 않은
음식을 새로운 환경에서 먹고, 새로운 걸 보고, 낯선 사람들과 교류하는 데서 잠시 현실을 잊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다음엔 어디로 갈까 벌써부터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만드나 봅니다.

물론 주부가 자주 여행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매번 여행을 계획하는 단계에선 즐겁지만
막상 떠나려고 하면 이것저것 걸리는 문제도 많고, 예를 들면 며칠 집을 비우는 동안 식구들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게 밑반찬서부터 국이라도 끓여놔야 하는 둥 왜 그리 일이 많은지 떠나기도 전에 지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나마 보내주는 것만도 고마워 힘들다는 내색도 못하고 다 해놓고서야 겨우
출발을 하게 되니 공항버스를 타야 '휴' 한숨 돌리고 비로소 여행을 실감합니다. 그리고 돌아와 보면
집을 비운 동안 반찬은 다 떨어지고 일은 밀려있어 가방을 풀자마자 부엌으로 들어가 본업인 주부의
모드로 순식간에 바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여행을 좋아하고 남편이 이해를 해주는
편이라 다른 주부에 비해 자주 여행을 갑니다. 거기서 또 힘을 얻으니 다 감사한 일이지요.  다음 여행

또 기대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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