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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뉴욕에서 갬블링?

by blondjenny 2009. 6. 25.

 

 

친척 분 중에 70년 대 미국에 이민 온 간호사분이 브롱스에 살고 계시는데 저와는 어릴 때부터 같이

지내서 10년 이상 나이 차가 나는데도 불구하고 많이 가깝게 지내는 사이예요. 이젠 은퇴하셨지만

지금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파트 타임으로 일할 정도로 매사에 정확하고 깔끔한 분입니다. 80년 대

초에 뉴욕으로 출장을 올 때면 전 호텔에서 안 자고 비좁은 그 분 집에서 껴 자면서 밤새도록

이야기를 하곤 했어요. 얼마 전까지 아들과 친정 어머니를 모시고 살았는데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아들은 결혼을 해서 혼자 사시다 보니 유일한 스트레스 해소는 갬블링였어요. 갬블링을 한국어로

말하면 도박이나 노름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그 분 입장에서는 여가 활용이나 취미 정도로 생각이

되더라고요.

어제는 그 분이 전화를 하셔서 뉴욕 가까운 곳에 카지노가 생겼으니 같이 가보겠냐고 해서 저도

호기심이 생겨 가기로 했습니다. 한국에서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어 궁금했거든요.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한 적이 없는 제게는 거기까지 가는 것 자체가 모험였습니다. 아이들이 적어준 대로

집에서 42번 가까지 버스를 타고 거기서 업타운으로 가는 지하철 C를 타고 168 가에서 다시

업타운으로 가는 1번 지하철로 갈아 타서 238 가에서 만나 15분 정도 하이웨이를 타고 드디어

도착을 했습니다. 그 곳은 경마장였던 곳을 카지노로 바꿔 성공한 경우라고 하더군요. 들어가니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놀래고 또 하나는 대부분 머리가 하얗고 지팡이나 휠체어를 탄 노인분들이

많은데 놀랬습니다. 그 분들에겐 그것이 대단한 취미며 유일한 활동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금액이

커지면 도박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1센트나 5센트짜리로 1-2시간 놀다 한 20불(약 25,000원) 잃고

일어나는 모습은 친구 만나 밥 한끼 먹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론 중독이 되어

액수가 커지면 몇 만불을 잃을 수도 있고 패가 망신을 할 수도 있지만 본인이 조절을 할 수만

있다면 소규모로 잠시 시간을 보내는 데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습니다.

점점 소외돼 가는 노인들에게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남의 장이 되면서 아주 가끔 터지는 잭팟을

기대하며 버튼을 누르는 그들의 손에서 가느다란 희망이 보이는 듯 했다면 제가 잘못 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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