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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미국에서 난 차 사고

by blondjenny 2009. 6. 30.

 

제가 뉴저지 살 때 남편은 멕시코로 발령이 나서 아침에 떠났는데 오후에 아이를 태우고 레슨을
받으러 가는 길에 차사고가 났어요. 며칠 동안 눈이 와서 길 옆으로 눈이 얼어붙어 있었고 교통체증이
심해 가고 서고를 반복하는데 뒤에서 오는 차가 제 차를 받은 거예요.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뒷
좌석에 탄 아이의 얼굴이 앞으로 다가온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 겪는 일이고 너무 놀래서 움직이지
말고 경찰을 불러야한다는 걸 알고 있었음에도 아무 것도 생각이 나질 않았습니다. 뒤에서 받은 여자도
놀랬는지 편도 1차선이라 우리 차가 서 있으면 다른 차들이 움직일 수가 없어 손짓을 하며 차를 옆으로
빼라고 하더군요. 그래도 제가 가만히 있으니 뒷 차가 먼저 옆으로 빼서 저도 따라갈 수 밖에 없었어요.
옆 골목에 차를 세우고 보니 제 차 뒤 범퍼가 약간 찌그러졌지만 외관상 큰 이상은 없어 보였습니다. 그
여자는 콜로라도에서 뉴저지로 출장을 와서 차를 렌트했는데 지리에 익숙치 않아서 그랬는지 사고를 낸
거였어요. 일단 그 여자 운전면허증 번호와 주소, 전화번호를 받고 집에 와서 보험회사에 전화를 하니
상대방 보험회사를 알아보고 얼른 이제라도 경찰에 신고를 하라더군요. 그래서 급히 가까운 경찰서로
가서 사고경위를 쓰고 신고를 했습니다. 보통 사고가 났을 때 보상받기 힘든 상대방 차의 순서로 버스,
택시, 렌트카를 꼽는다고 합니다.

다음 날이 되니 멀쩡한 것 같았는데 아이도 목이 아프다고 하고 저도 허리가 아팠어요. 언젠가 남편이

미국 있을 때 한 모임에서 후배 의산데 재활의학과라고 된 명함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는 그런 과를

갈 일이 있을까 싶어 별로 신경을 안 썼어요. 그런데 막상 사고가 나고 보니 아는 병원도 없고 일단

물어나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화를 했더니 자기네가 바로 교통사고를 주로 다루는 데라고 빨리

오라고 하더군요. 그 때부터 아이는 한 달 정도, 저는 거의 1년 동안 물리치료를 받았어요. 차도 고쳐야

해서 상대방 보험회사의 요구로 차의 수리비 견적을 세 군데서 받아 보내고, 또 한 번은 전화로 사고경위를

인터뷰하면서 녹음을 하겠다고 하더군요. 우리나라 말도 아니고 영어로 하는 얘기를 녹음까지 한다니

신경이 많이 쓰였어요. 그런 과정을 거쳐 1,000불(약 125만원) 정도 수리비는 받았지만 병원 치료비는

뉴저지 주에서는 상대방 잘못이라도 일단 자기 보험으로 치료를 하고 재판을 해서 그 돈을 받아내게

되어있대요. 저는 복잡해서 싫다고 했지만 병원 의사 선생님이 변호사를 소개해줄테니 가서 싸인만 하면

다 알아서 해준다는 거예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병원 소개로 여자 변호사를 선임했는데 그 변호사 말이

이 재판에서 이기면 1/3은 자기네가 갖고 대신에 져도 제가 내는 돈은 없대요. 그래서 이길 것 같지 않은

사건은 맡지를 않는다고 하더군요. 병원과 그 변호사와 모종의 계약이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싸인을 하고 나왔습니다.

 

그 후 전 러시아를 거쳐 한국으로 돌아오고 재판은 계속되고 2년 쯤 지난 뒤에 만불(약 1,250만원)로 합의를

봤다며 2/3를 제 통장에 입금을 시켜주더군요. 남편도 없이 타지에서 이런 일을 겪으면서 경찰서로, 보험

회사로, 병원으로, 차 정비업소로 또 재판까지 두루두루 섭렵을 하고 나니 이젠 누가 교통사고가 났다면

그 절차를 조언해 줄 수 있을 정도로 안해도 될 경험을 충분히 쌓았습니다. 그러나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였습니다.
*위 사진은 맨해튼의 타임 스퀘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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