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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피츠버그에서

by blondjenny 2009. 6. 20.

 

 

작년 이맘 때 큰 애 대학원 졸업식이 있는 보스톤을 거쳐 작은 애가 공부하고 있는 피츠버그에서 3주
정도 머무른 적이 있어요. 작은 애 기숙사 방에는 일본 애 룸메이트가 있었는데 마침 한국과 일본으로
여행을 가고 침대가 비어 그 곳에서 묵었는데 제가 오기 전부터 우리 애가 우리 엄마가 오면 집에서
만든 한식을 먹게 해 주겠다며 친구들과 교수 몇 명을 합쳐 10여 명을 이미 초대를 했더라고요. 저는
그 소리를 듣고 부엌도 좁고 그릇도 학생 살림이라 모든 게 1인용 내지는 2인용으로 작은 것 뿐인데
어떻게 하나 난감했어요. 그래서 그 기숙사에 알아 보니 지하에 그런 소규모 모임을 위해 부엌이 있는
방을 미리 예약하면 빌릴 수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렇다면 어떻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우선 김치부터
담가야겠다고 맘 먹고 학교 앞 한국 식품점에서 배추와 무를 샀어요. 이 식품점에서 파는 김치는 너무
맛이 없어서 도저히 그냥 내놓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배추를 절일 큰 그릇이 없는 거예요.
하는 수 없이 커다란 쓰레기용 비닐 봉지에 배추를 절였는데 다행히 물이 새지 않아 잘 절여지더라고요.
불고기도 버무릴 양푼이 없어 그 식품점 아주머니한테 부탁해서 하나를 빌렸어요. 후라이팬도 얼마나
작은지 부침개도 작은 크기로 몇 번에 걸쳐 하고, 밥솥도 3-4인 용이라 여러 번 해야 하는 둥 그 불편함은
이루 말 할 수가 없었어요. 또 한 명을 빼고는 다 외국 사람이라 혹시 한식이 안 맞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어 샌드위치와 샐러드도 준비를 했지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손님들이 오고 그 중 한 친구 애가 김치가 너무 맛있다며 마치 샐러드처럼 김치만
맨 입에 먹는 거예요. 전에는 한식을 먹어 본 적이 없었다는데 너무 맛있게 먹어 김치를 싸줄까 했더니
너무 좋아해서 냄새나지 않게 비닐 봉지에 싸서 줬어요. 나중에 우리 애한테 집에 가서 그 김치를 그 날
저녁으로 다 먹고 다음 날 동양 마켓에서 김치를 한 병 샀다고 하더래요.  준비하느라 몸은 여기 저기

쑤셨지만 오신 분들이 맛있게 잡숫고 엄마의 수고에 감사하는 딸 애를 보며 흐뭇한 웃음과 함께 피로가

사라짐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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