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미국)

미국 할머니와 함께 살기 1

by blondjenny 2009. 5. 4.

 

 

2002년 뉴저지에 처음 왔을 때는 남편이 거기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회사에서 주택비를 다 내주어

앞 뜰에는 봄이면 온갖 꽃이 만발하고 가을에는 낙엽이 쌓이며 뒷 마당에는 수영장이 있는 넓고

쾌적한 집이었습니다. 그러나 2년 뒤 남편은 멕시코로 발령이 나고 저는 작은 애가 서울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에 해당이 돼서 학교를 옮기면 대학가는 게 너무 힘들 것 같아 미국에 애와 함께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큰 애는 이미 대학생이라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었고요. 이제부터는 우리가

주택비를 부담해야 하고 둘만 살 거니까 학교를 옮기지 않는 범위에서 작은 집이나 아파트를
구하는데 그 동네는 오래된 곳이라 아파트 같은 것은 찾아 볼 수도 없고 대부분 100년 가까이

된 크고 오래된 집들 뿐였습니다. 하는 수 없이 할머니 혼자 사시는 뒷 뜰이 아주 넓은 100년도

넘은 집의 방 2개, 부엌, 화장실이 있는 2층에 세를 얻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졸업할 때까지만

있으면 되니까 1년 반 정도 기간였어요. 그 집을 정할 때는 할머니 혼자 계시니 잘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상상을 했었는데 이 미국 할머니가 동양 사람을 얕보는 성미가 고약한 노인인 줄 어찌

알았을까요? 이 집에서 일어난 이야기는 앞으로 아마 여러 번에 걸쳐 말씀 드리게 될 겁니다.

일단 거의 모든 짐을 멕시코로 부치고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이사를 했는데 며칠 후 화장실에

배수 문제가 생겨 할머니한테 얘기를 했더니 다음 날 제가 외출한 사이에 저의 2층 문을 활짝

열고 배관공을 데려다 수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제게는 한 마디 말도 없이 문을 따고 들어왔다는

사실이 몹시 불쾌해서 왜 미리 알려주지 않았냐고 하니까 주인은 언제든지 들어올 수 있고 이

사람들 인건비가 변호사만큼 비싸 기다릴 수 없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우리 집에서

귀중품이라도 없어지면 책임질 거냐고 하면서 다음부터는 미리 알려 달라고 했어요. 그러나
앞으로도 주인이 제 허락 없이 수시로 저의 공간을 드나들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 후로는 제게 통보는 하는데 늘 무시하는 태도였어요. 저나 제 아이와 한참을

얘기하고도 영어를 이해하냐고 물어 사람 속을 뒤집어 놓곤 했습니다. 제가 학교에서 영어를

부전공으로 했고 외국 회사에 오래 근무도 하고 출장도 다니고 또 전에 시카고에서 6년이나

살았기 때문에 영어를 본토 사람처럼은 못해도 생활하는데 크게 불편하지 않을 정도는 하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말하기를 주인과 함께 사는 집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그때서야 뼈저리게 느끼고

후회했지만 이미 어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위의 그림은 제가 세 들어 살던 집인데 2층이 저희 공간였습니다. 기억하기도 싫지만

 눈이 오면  예뻐 보여 그려보았습니다.

'나의 이야기 (미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할머니와 함께 살기 3  (0) 2009.05.06
미국 할머니와 함께 살기 2  (0) 2009.05.05
샌디에고에서  (0) 2009.04.30
미국은 신용사회?  (0) 2009.04.28
미국과 한국에서 쇼핑할 때  (0) 2009.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