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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미국 할머니와 함께 살기 5 (마지막)

by blondjenny 2009. 5. 8.

 

마침내 주인집 딸네가 이사를 와서 또다시 주인과 같이 살게 됐지요. 그 땐 이미 아이는 대학이 결정되어

한결 마음의 여유도 생기고 많이 익숙해지기도 하고 이제 곧 졸업을 하면 이 집을 뜰 수 있다는 생각에 덜

힘든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할머니가 계실 때는 안 쪽 마당이 넓어 늘 거기에 주차를 했었는데 이 주인 딸은

제가 안 뜰을 드나드는 게 싫었나 봐요. 아이가 일찍 학교를 가니까 아침 7시면 차를 빼러 안 뜰을 가야만

했거든요. 절 부르더니 저의 현관 앞 작은 마당에 주차 공간을 마련할테니 거기에 세우라는 거예요. 전

가까와서 오히려 잘됐다 싶었어요. 그런데 다음 날 이 여자가 차를 넣고 빼는 공간을 딱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벽돌을 죽 세워놨더라고요. 공간도 넓지 않은데 직각으로 차를 넣고 빼는 게 쉽지 않잖아요.

사선으로 했으면 훨씬 수월했을텐데. 그래서 제가 벽돌을 조금 사선으로 바꿔놓으면 어느 새 도로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는 거예요. 나중엔 무시하고 입구 쪽 벽돌을 아예 치워버렸어요. 도저히 힘들어서

못 하겠더라고요.

그 동안 남편은 멕시코에 있으면서 가끔 미국에 회의 차 2박 3일 정도 들리곤 했었지요. 그렇게 1년이 지난

후에 갑자기 러시아로 발령이 나는 바람에 아이와 저는 방학 때 멕시코에 한 달 정도 갔다 오고는 바로

모스크바로 가게 됐어요. 그런 저런 우여곡절 끝에 졸업식은 다가오고 졸업식 이틀 후에 모스크바로 가기로

했는데 그 안에 차를 팔아야 했습니다. 다른 건 그냥 버려도 되는 것들이지만 차는 꼭 기한 안에 팔아야

하는데 중고차 매매상에게 가니 2천불(약 250만원) 정도는 싸게 불러서 할 수 없이 한국 신문, 미국 신문에

광고를 내고 자주 들리는 수퍼에 광고지를 붙였어요. 그런데 차를 보러 오겠다고 하면 일단 차를 실제로

운전해봐야 하는데 그냥 열쇠를 줄 수도 없고 제가 꼭 옆에 타야 하잖아요. 남자가 집에 없으니 그것도 겁이

나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집 가까운데 사는 인도 사람이 사겠다고 해서 몇 번씩 운전을 해보고

마침내 팔게 됐어요. 그 날 저녁은 정말 발을 쭉 펴고 잤습니다. 하나씩 정리를 하고 그 집을 떠나 남편과

함께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를 타니 긴 터널을 빠져 나온 듯 안도의 숨이 쉬어졌습니다. 그 후로 뉴저지를

방문해서 그 집 앞을 지나게 돼도 다시 들려보고 싶은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