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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시카고 시절 나의 수업듣기 1

by blondjenny 2009. 4. 10.

 

저는 미국 오기 전까지 10년 가까이 외국인 회사에서 열심히 일을 하다가 80년 대 중반에 남편따라

시카고로 오게 되었습니다. 처음 2년 간은 아이들이 어려 아무 것도 못하고 매일 아이들과 씨름하며

하루를 보냈지요. 그러면서도 마음 속에는 항상 뭔가 해야 할텐데,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작은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 때 집 근처 대학에 아이가 세 살이 넘으면 엄마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학교에서 아이를 맡아주는 시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대신에 엄마는 아이를 맡기는 시간만큼

그 시설에서 자원봉사를 해야만 했고요. 그래서 곧바로 가서 등록을 하고 평소 관심이 있던 인테리어

디자인 수업을 듣기로 했습니다. 그 때 큰 아이는 이미 학교를 다니고 있었고, 작은 아이를 맡기고

나오는데 아이가 주위 환경에도 익숙치 않고 엄마를 떨어지는 게 두려워서 계속 울기 시작했어요.

제가 주춤거리니까 거기 선생님이 처음이라 그렇지 괜찮아질테니 얼른 가라고 하시며 아이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시더라고요. 그래서 전 안 떨어지는 발걸음을 떼며 수업을 들으러 갔습니다.

 

미국에서의 제 첫 수업은 미술과 관련된 것이 많아 생각만큼 힘들진 않았어요. 학교 때 제 전공은

불어였지만 미술은 늘 제가 좋아하고 관심있는 분야였으니까요. 전 숙제도 너무 재미있어서 밤을

새워 하면서도 힘든 줄 몰랐습니다. 그 때는 밥만 겨우 해놓고 반찬할 시간도 아까워 식구들에게

미안하지만 식탁이 정말 부실했어요. 며칠이 지나니 선생님 말씀대로 이제는 엄마를 쳐다보지도

않고 영어가 잘 안되면서도 거기 아이들과 어울려 잘 놀더군요. 아이는 '브라보'를 제 귀에 들리는

대로 '라보'라고 하는 수준였지만요.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감기에 걸려 열도 있고 기침을 하는데 전 수업을 빼먹을 수가 없어 아픈 아이를

데리고 학교를 갔습니다. 미국에서는 아이가 아프면 다른 아이들한테 전염된다며 오지 못하게 하는데

제가 무리를 한 거지요. 수업을 듣고 있는데 아이 담당 선생님이 제 강의실로 찾아와 아이가 아프니

데려가라고 하시더군요. 할 수 없이 수업도 다 못 듣고 가보니 다른 아이들은 이미 다 집에 갔고 우리

애만 열이 펄펄 나서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더라고요. 아픈 아이를 들쳐 업고 나오면서 엄마의 욕심

때문에 아이가 고생을 하는구나 싶어 너무 미안했습니다.
*위 사진은 시카고 집 앞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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