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시카고에 처음 갔을 때는 큰 애가 5살, 작은 애가 막 돌이 지났을 때였어요. 큰 애는 도착하고
일주일 정도 지나 킨더가든이라고 초등학교 1학년 전의 과정이지만 미국에서는 정규교육 과정으로
취급하는 학교를 가게 됐습니다. 영어 알파벳도 모르는 애를 첫 날 보내면서 오전 수업만 하고 올
거라고 얘기를 했는데 다른 애들은 다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2시 반이 넘어야 오는 거였어요.
오전 수업이 끝나고 다들 놀이터로 나가는데 저희 애는 집에 가는 줄 알고 가방을 들고 나왔더니
선생님이 오후 수업도 있다고 설명을 하셨나 봐요. 그러나 그 말을 못 알아들어 집에 안 보내주는
줄 알고 울어서 그 학교의 청소하시는 분이 한국 분이라 그 분이 집에 전화를 하셨더라고요. 그
날은 일단 오전 수업만 하고 다음 날부터는 오후까지 하도록 아이에게 설명을 했지요. 아이가
우선은 영어를 못하니 할 수 없이 수첩에다 '화장실 가고 싶어요, 물 마시고 싶어요' 같이 간단한
문구를 적어주고 필요할 때 선생님한테 보여드리라고 했어요. 그렇게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는 아이들끼리 금방 잘 어울려서 조금씩 귀가 트이고 발음은 완전 본토 영어 발음을
하게 됐습니다.
하루는 큰 애가 집에 와서 '엄마, 내가 네 물건 만져봐도 돼?를 영어로 어떻게 말해?' 하길래 가르쳐
주면서 이유를 물었더니 다른 애들은 그런 말을 해서 남의 물건을 서로 다 만져보는데 자기는 그
말을 못해서 한 번도 남의 아이 물건을 만져보지 못했다는 거예요. 그 말을 들으며 너무 가슴이
아팠어요. 시간이 흘러 초등학교 2학년 정도 되니 이제는 제법 자기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고 학교
과제는 큰 어려움 없이 스스로 하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그 때부터는 영어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얼마나 열심히 보는지 이제 영어는 걱정을 안해도 될 정도고 오히려 한국말 잊어버릴까봐 집에서는
꼭 한국말만 썼어요. 어디서나 처음 부딪힐 때는 두렵고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적응되는 게
신기할 뿐였습니다.
그래도 훗 날 큰 애 말이 처음 미국 와서 초등학교 생활을 시작하여 한국으로 치면 초등학교
5학년까지 마치고, 그 후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과정을 한국에서 끝내고, 또 다시 미국 와서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까지 하면서 적응하는 과정이 매 번 얼마나 힘들었는지 자기는 애를
낳으면 절대로 여기저기서 안 살겠다고 하더군요. 그렇지만 덕분에 한국어와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게 됐고, 힘들긴 헀어도 한국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되어 저는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위 사진은 시카고 시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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