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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미국 생활 적응하기

by blondjenny 2009. 4. 20.

 

 

시카고가 원래 바람과 눈의 도시인데 처음 갔을 때가 11월 말의 추수감사절 때라 해는 오후 4시면 이미

기울어 집안 전체가 어둡고, 밖에도 나뭇잎은 다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한 나무가 바람에 윙윙 소리를

내어 겨울 분위기가 아주 음산하고 쓸쓸했어요. 제가 전에도 출장을 다녀 미국이 낯설진 않았지만 잠시

호텔에서 잘 때와 달리 아이들을 데리고 아주 산다고 생각하니 그 도시에 적응이 안되고 서울에 계신

엄마 생각도 나고 마음이 뒤숭숭하더라고요. 시카고 처음 도착해서 제일 불편했던 것이 바로 집안의

불였습니다. 미국 집들이 다 그렇듯이 한국과 달리 형광등이 없고 일일이 램프를 사용해서 불을

밝히는데 그러자면 램프도 여러 개가 있어야 하고 그렇게 해도 백열등이라 부분은 밝아도 전체적으로는

어둡기 마련이었습니다. 저와 아이들보다 남편이 3개월 정도 먼저 도착했는데 겨우 거실에 램프

하나를 사 놨더라고요. 매화나무에 새가 그려진 동양적인 느낌이 나는 것이었는데 나중에 다시

미국 나올 때 갖고 왔다가 결국 러시아를 가면서 마지막에 버리고 왔습니다. 처음 얼마 간은 아이들
둘하고 그 램프 앞에 모여 앉아 남편이 퇴근해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지요. 그 쪽 지리도 모르고

운전도 안되니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꼼짝없이 갇혀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누가 현관

벨이라도 누르면 영어가 안되는 것도 아닌데 괜히 겁이 나고 대답하기가 두려웠습니다.

또 한 가지 처음 미국 가서 어려웠던 점은 아파트에 살았기 때문에 음식냄새로 이웃에 피해를 줄까

걱정이 됐었습니다. 실제로 다른 주재원 가족이 멸치를 가져왔는데 젖어서 말린다고 베란다에

펴놓았더니 냄새가 난다며 이웃집에서 쪽지가 왔다고 하더군요. 특히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같은

건 냄새가 쉽게 안 빠져서 먹고나면 초를 켜놓거나 환기를 시키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나 둘 미국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차츰 불편함보다 편안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뉴저지에 왔을 때는 거의 10년 만에 미국에 다시 온 건데 시카고에서 6년 만에 한국 갔을

때 느꼈던 불편함보다도 오히려 덜 불편했어요. 미국이라는 사회가 남의 체면 같은 거 별로 생각하지

않고 개인생활 위주고 남에게 불편주는 일이나 간섭하는 거 없고 운전도 몇 번 연습하니 바로 되고

생활도 익숙해서 적응기간이 필요없었습니다. 물론 한국에서 먹던 토속음식이나 명절 때 가족끼리

북적대는 그런 건 그리웠지만요. 사실 제사를 지내는 맏며느리 같은 경우는 이렇게 해외에 나와

있으면 어떤 면에서는 한결 수월할 수도 있어 한국 가기 싫어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미국이

정이 없는 사회인데 그 점이 또 한 편으로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하니 어디나 양면성은 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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