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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미국서 한지공예를 가르치며

by blondjenny 2009. 11. 30.

 

남편이 멕시코로 발령이 나서 간 뒤로 전 아이 뒷바라지 외에 시간 여유가 있어 수채화도 그리고,
운동삼아 태극권도 하고, 코리안 커뮤니티쎈타에서 전통 한지공예를 가르치게 되었습니다. 제가
한국 있을 때 한지그림 공예 사범자격증도 따고 또 전통 한지공예도 배웠거든요. 한국 전통 문화와
관련된 강의를 개설하고 싶어하는 운영팀에 의해 제가 오랜시간 배운 한지공예 강의를 맡게된 거지요.
수강생은 대부분 교포 어르신들이 많았고 젊은 부인도 몇 명 있었습니다. 다른 재료는 미국 문구점에서
구입을 했는데 한지만큼은 우리가 쓰는 색상이 없어 친정 어머니께서 인사동의 한지점을 통해 우편으로
보내주셨어요. 전통 한지공예라는 게 완성되기까지 여러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크든 작든 한 작품을
끝내는데 드는 수고는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마무리 작업으로 일곱 번의 무광 라카칠을 하기
때문에 물이 닿아도 전혀 변하지 않습니다. 다행히 그런 강의가 당시만 해도 미국에선 흔하지 않아
수강하시는 분들이 열심히 출석해주시고 잘 따라와주셔서 참 재미있게 했습니다. 운영팀에서 주최하는
바자회에 간단한 작품들을 하나씩 선보였는데 우리 작품들이 제일 먼저 다 팔려서 너무 좋았어요. 어떤
분은 아이들 선생님께 선물하면 좋겠다며 여러 개를 사기도 하셨고, 또 어떤 부부는 부인이 만든 걸
남한테 파는 게 아깝다며 남편이 사주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제가 전통 한지공예를 강의한다는 걸 들은 남편 회사 여직원과 직원 부인들이 자기네도 배우고
싶은데 시간이 안 맞으니 개인지도를 해줄 수 있냐고 해서 결국 집에서 낮에 한 번, 저녁 시간에 한 번,
일주일에 두 번 더 강의를 하기로 했습니다. 코리안 커뮤니티쎈타에서 가르치는 것까지 일주일에 네 번을
가르치고, 제가 좋아하는 수채화와 태극권과 스페인어를 배우며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게 바쁘게
보냈습니다. 그 때는 사람들 만나 한지공예에 대한 얘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좋은 전시가 있으면
같이들 가고. 또 아이가 한국으로 치면 고3이라 대학 진학에 대한 선생님과의 면담이나 학부모 모임도
많아 남편이 옆에 없어도 외로울 틈이 없었습니다. 물론 모든 걸 저 혼자 해결해야 해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바빠도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았던 그 때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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