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에서 돌아와 뉴욕 공항에 내리자마자 영어 간판이 보이고 영어가 여기저기서 들리니 모국어도
아닌데 그렇게 반갑고 살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음 해에는 어차피 멕시코에서 생활을 해야 하므로
또다시 언어 때문에 고생할 순 없어 스페인어를 배우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돌아온 직후 근처 고등학교에
어른들을 위한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스페인어를 등록했습니다. 미국에는 타운마다 나이든 사람들을 위해
아주 싼 값에 언어, 댄스, 음악, 미술, 골프 등 여러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통 학생들이 하교를
한 오후 5-6시 경부터 시작되는데 머리가 하얀 분들이 캔버스나 골프채를 들고 오는 모습이 얼마나
진지하고 멋있어 보이던지요. 대부분은 본인들이 좋아서 신청한 거라 특별한 일이 아니면 출석률도 좋고
즐겁게 합니다.
저도 그 중에 끼어 스페인어 초보 강의를 듣는데 제 전공이 불어여서 비슷한 발음이나 단어가 꽤
있었습니다. 나이가 들어 잘 외워지진 않았지만 멕시코를 가면 꼭 필요하니 안 할 수가 없었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젊은 20대 청년들도 몇 명이 있었는데 그 사람들은 라틴계통 사람들과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이라 스페인어가 필요해서 왔다고 하더군요. 또 나이든 사람들은 고등학교 시절 스페인어를
배웠는데 잊어버려 다시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어 저같은 왕초보하고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선생님은
은퇴한 멕시칸 할머니였는데 수업시간에 돌아가면서 시키니까 예습을 안해가면 망신을 당하니 하기
싫어도 가기 전 날은 책을 좀 들여다 봐야 했어요. 특히 저같은 경우는 스페인어를 우리나라 말도 아닌
영어로 번역을 해야 하니 미국 사람들보다 더 힘들었지요. 그렇게 5개월을 하고 중급으로 올라가려는데
남편이 1년 간 멕시코에서 있은 후 러시아로 발령이 난 거예요. 전 스페인어를 계속할 이유가 없어졌고
러시아어를 배워야 할 판이라 더 이상은 못하겠다고 그만두었어요. 그 당시는 스페인어를 배워야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시원하기만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좀더 스페인어를 배우고 멕시코에서 1-2년이라도
살면서 실습을 했다면 지금쯤 기본적인 대화는 불편없이 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위 그림은 제가 수채화로 그린 멕시칸 소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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