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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가서

by blondjenny 2010. 1. 12.

 

 

저는 몇 년 전 뉴저지 살 때 이미 수없이 맨해튼을 들락거리며 웬만한 볼거리는 다 봤지만, 어머니는
제대로 보실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구경을 시켜드리려고 했는데 제가 감기로 외출을
못해 죄송했었지요. 기침이 조금 잦아들자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해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을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그 전에도 서너 번 갔었지만 워낙 넓고 방대해서 아직도 보지 못한 곳이 꽤 있습니다.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은 1870년 임대건물에서 소규모로 개관하였다가 1880년 쎈트럴 파크의 지금
위치로 옮겼습니다. 유럽과 비교하면 역사는 짧지만 그 동안의 기증품, 구입품, 탐험에 의한 발굴품
등 학문적으로 귀중한 소장품이 급속도로 늘어, 1954년 대규모 개축으로 근대식 전시장을 완비하여
오늘날 그 규모나 내용면에서 세계 4대 박물관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현재 박물관으로 쓰이고 있는
네오 클래식 건물은 20세기 초에 완공된 것입니다.

맨해튼엘 간다니 어머니는 일단 어딘가 나간다는 생각에 즐거워하시며 편한 운동화를 신고 작은
가방을 앞으로 메고 단시간에 준비를 끝내셨습니다. 우리는 간단한 스낵과 물을 싸가지고 쎈트럴
파크를 지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입장을 했습니다. 들어가서 어머니도 흥미로울 것 같고 저도
제대로 보지 못한 이집트관을 먼저 관람했습니다. 거기엔 이집트서 옮겨온 각종 미이라와 조각들이
있어 런던의 영국 국립박물관에서 본 이집트관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우선 미이라 숫자도 아무래도
런던보다는 적고 스핑크스 같은 거대한 석상도 없었지만 오히려 안심이 되었습니다. 런던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전쟁으로 인한 이해관계가 있어서인지 이집트, 아라비아쪽 유물의 양과
크기가 엄청났지만,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그런 굉장한 유물을 보면 대부분 강제로 뺏어왔을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한 달도 안되는 짧은 기간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박물관 2개를 연달아
보니 전체를 다 보진 못했지만 이집트 하나만 놓고 봐도 외부로 유출된 유물의 양이 어마어마해서
제가 이집트 국민이라면 너무 가슴 아플 것 같았습니다. 우리나라도 항상 빼앗기는 입장였기 때문에
그 느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잠시 다리를 쉬며 스낵을 먹고 조각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공간을 관람하고 한 두 군데를 더
돌았는데, 가끔씩 다리가 아파서 전시관 한 쪽 의자에 쉬어가면서도 열심히 관람하시는 어머니를
뵈니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밖에 나오니 어느 새 해가 지는지 어스름한 하늘에 가로등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습니다. 맨해튼 야경도 너무 아름답지만 연로하신 어머니도 피곤해하시고, 감기
회복기에 있는 저도 쉬고싶어 서둘러 집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습니다. 피곤하긴 했지만 마치 한 가지
숙제를 끝낸 듯 마음은 한결 가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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