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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컬럼버스 파머즈 마켓을 보고

by blondjenny 2010. 1. 20.

 

남편의 휴가가 하루 하루 짧아지니 남편이 있는 동안 장시간 운전을 하더라도 좀 멀리 떨어진 곳을

가보자고 하여 우리는 한국으로 치면 농수산물 직거래 장터라고 할 수 있는 농장을 구경가기로 했습니다.

말이 농장이지 대부분 장사하는 사람들을 유치해서 모든 품목을 다 팔고 있습니다. 전의 경험으로는

값도 싸고 싱싱한 채소나 과일도 살 수 있고 그곳의 풍경도 볼만해서 사진찍을 거리도 많을 것 같았습니다.

우아하고 값비싼 명품만 파는 고급 백화점도 좋지만 서민들이 즐겨찾는 장터가 때로는 볼거리도 더 많고

마음도 편하고 작은 돈으로 쇼핑의 즐거움도 맛볼 수 있어 전 이런 곳을 좋아합니다. 많은 농장들이

인터넷에 정보를 올려놓고 비슷한 스타일로 거래를 하기 때문에 그 중 좀 규모가 크고 물건도 다양한

곳을 찾으니 '컬럼버스 파머즈 마켓'이라는 곳이 검색 되더군요. 그래서 지난 번 비치를 갈 때 처럼

준비를 하고 출발을 했습니다. 장터를 향해 가는 동안에도 시내를 벗어나니 양쪽으로 펼쳐진 풀밭이

끝없이 이어져 이미 복잡한 시내에서 찌든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곳에 늘 있다면

못 느끼겠지만 어쩌다 한 번쯤은 시내를 벗어나 시골 풍경도 보고 흙냄새도 맡으며 피곤한 심신을

달래는 것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컬럼버스 파머즈 마켓은 수백 개의 옥외 벼룩시장 상점들과 60 개의 실내 상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의류, 가구, 장난감, 앤틱 수집품, 벽지, 원단, 보석, 신발, 식물, 채소, 과일, 생선 등 없는 것이 없는

장터입니다.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일년 내내 열리며, 주차 공간도 넓고 무료입니다. 일단 도착해

보니 그 규모가 엄청나고 많은 사람들이 주차를 하고 차를 빼느라 정신이 없었습니다. 옥외 넓은

공간에는 천막을 치고 각자 가져온 물건들을 진열해놓고 손님들과 실갱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농산물 파는 곳을 먼저 훑어보았는데 일반 수퍼에서는 보지 못했던 무지하게 큰 복숭아, 자두, 가지

등이 바구니에 담겨있고, 자기네 농장에서 나온 꿀과 잼도 한쪽 구석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사는

건 나중에 돌아갈 때 사기로 하고 먼저 실내로 들어갔습니다. 실내도 너무 넓어 처음에는 어디부터

가야할지 방향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그야말로 온갖 상품을 다 파는 것 같았습니다. 대체로 질이

고급이라고는 말 할 수 없지만 시중에서 보기 힘든 물건들도 많았습니다. 특히 한국전, 베트남전

등에 쓰였던 군수용품을 파는 상점이 인상깊었습니다.

 

우리는 무엇부터 봐야할지 모르겠다고 불평을 하면서도 색다른 풍경에 즐거워하며 연신 사진을

찍었습니다. 실내를 돌고 밖으로 나와 천막들을 기웃거리는데 너무 넓어 나중엔 대충 대충 보고

이솝 우화 '여우와 포도' 처럼 더 볼 것도 없을 것 같고 다 비슷비슷할 거라고 하며 발길을 돌렸습니다.

떠나기 전에 처음에 보아두었던 복숭아와 채소 몇 가지를 사고 다리는 아파도 오늘 하루 좋은 구경을

해서 흐뭇한 마음으로 집을 향해 차를 몰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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