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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여행 중 음식 문화에 대해

by blondjenny 2010. 1. 16.

 

서울에 돌아온 후, 그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나 둘 해결하고 일상의 생활로 돌아오니 그날 저녁부터
오늘은 뭘 해 먹을까를 걱정해야 했습니다. 여행 간 동안은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것도 좋지만
주부의 입장에서는 매 끼 마다 무슨 반찬을 해서 먹을까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얼마나 큰
해방감을 가져다 주는지 모르실 겁니다. 물론 입에 맞지 않는 현지식이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입맛이 까다로운 편도 아니고 외국에 나가면 되도록 현지 음식문화도 체험해보자는
생각이라 음식 때문에 크게 힘든 적은 없었습니다. 꼭 한식이어야 하는 분들은 라면과 고추장, 김,
김치 등을 싸갖고 다니기도 하지만 때론 펼쳐놓고 먹을 장소도 마땅치 않고, 김치의 경우는 냄새
때문에 다른 분들께 피해를 줄 수도 있어 특히 조심스런 음식입니다.

수년 전 독일 쾰른으로 출장을 갔을 때, 공장에서 오신 분과 같이 갔는데 그 분은 한식이 아니면 식사를
잘 못하는 체질였습니다. 호텔 1층에 아침을 먹으러 모였는데 집에서부터 싸가지고 온 고추장 단지를
들고 나타나셨어요. 그러더니 독일빵에다 고추장을 바르며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볼까봐 'Korean jam'
(한국 잼)이라고 큰 소리로 말하면서 맛있게 잡수시더라고요. 주위에 동양 사람이라고는 우리 밖에
없고 꽤 괜찮은 호텔이라 전 조마조마하고 불안했었습니다. 패키지로 여행을 간 경우는 한국 사람들이
많고 또 단체 손님을 받는 호텔이라 호텔 측에서도 이해를 하는지 아침에 컵라면을 드시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라면이나 김밥 냄새도 우리는 그 냄새가 괜찮지만 외국인들은 아침부터 그런 냄새를 풍기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오래 전에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올 때, 점심도 못먹고 일을 마무리하고
바로 공항을 가게 되자 회사 직원이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먹으라고 김밥을 사서 넣어줬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많지 않아 일단 짐을 부치고 출국심사를 마치고 게이트까지 갔는데 주위에 외국인 천지라 도저히
김밥 냄새를 풍기며 먹을 용기가 없어 결국 못먹고 버린 기억이 납니다. 김밥은 평소에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고 배도 고픈데 버릴 때 제 가슴이 얼마나 쓰렸는지요. 김밥도 야외에서는 괜찮은데 실내에서
풀어놓으면 그 김의 비릿한 냄새가 아주 강렬합니다. 우리 음식 뿐 아니라 외국 음식도 이방인에게는
얼마든지 불쾌감을 줄 수 있습니다. 한 예로 냄새가 독한 치즈를 먹은 사람이 말을 걸면 그 냄새에 아주
죽습니다. 그런 것은 그저 생활 습관이나 음식문화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라 옳고 그름을 따지기 이전에
상대방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차원에서 상대방 문화에 맞게 상식적으로 행동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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