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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컬럼버스 파머즈 마켓을 떠나며

by blondjenny 2010. 1. 21.

 

 

컬럼버스 파머즈 마켓을 떠나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비치에 지어진 특색있는 집들과 레스토랑을
보며 3년 전쯤 갔었던 보스톤의 케이프 앤 근처의 풍경이 떠올랐습니다. 비치에 면한 분위기가
아주 흡사했거든요. 각박하지 않고 어딘가 여유있는 느낌, 제 철이 아닐 때의 약간의 쓸쓸함,
그러면서도 사람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어떤 힘, 그건 아마 바다가 주는 힘이 아닐까 합니다.

그런 분위기를 뒤로 하고 다시 펼쳐진 끝없는 벌판을 지나 잠시 그 동네 시내 구경을 하고 가자고
의견이 모아져 알지도 못하는 시내를 차로 돌아보았습니다. 동네 자체는 규모도 작고 사는 형편도
그냥 고만고만한 것 같았습니다. 비치의 부유한 느낌과는 달리 흑인들이 많이 사는 작고 볼품없는
집들과 먼지를 뒤집어 쓴 오래된 가게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원래 토박이들이 사는 모습은 이렇게
오랜 세월 손때가 묻은 문고리 마냥 낡고 소박한가 봅니다. 물론 대로변의 건물들은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듯 새로운 모습으로 새 간판을 단 건물도 꽤 있었습니다. 그렇게 모르는 길을 마구 돌다
보니 일방통행이 많아 처음에 보았던 컬럼버스 동상을 몇 번이나 지나쳤는지 모릅니다. 그 동상은
바르셀로나 갔을 때 보았던 컬럼버스 동상보다 조각은 별로 없지만 그 동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그
고장 영웅으로 대접받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해도 뉘엿뉘엿 서쪽을 향하고 날씨도
흐려져서 대충 둘러보고는 서둘러 집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탔습니다. 기사를 자처한 남편을 제외하고
딸애와 저는 아침부터 서두른 피곤함에 차 속에서 계속 졸다 보니 어느 새 차는 우리 아파트 앞에
도착해있었습니다.

*위 사진은 그곳에 세워진 컬럼버스 동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