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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뉴저지에서 미술 수업을 들으며

by blondjenny 2010. 1. 22.

 

 

아이가 출근을 하고 나면 낮에는 오롯이 저만의 시간이라 제가 하는 일이라고는 집 근처를 산책하거나
뉴저지에 살고있는 지인을 만나 안부를 묻고 수다를 떠는 일, 저녁에 퇴근해 들어오는 아이에게 맛있는
저녁을 준비해주는 일이 주된 일이었습니다. 서울생활 보다 단조로운 일상이 무료하기도 해서 전에
뉴저지 살 때 수채화를 지도해주셨던 할머니 선생님께 연락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은 너무 반가워하시며
매주 화요일 오후에 수업을 하니 머무르는 동안 와서 들으라고 하시더군요. 제가 차가 없다고 하니까
수업 장소 근처까지만 버스를 타고 오면 버스 정류장에서 선생님이 저를 기다리시겠다는 겁니다. 너무
고맙고 또 선생님도 뵙고 싶어 약속을 하고 화요일 날 간단한 스케치 도구와 딸 아이 스케치북, 쿠키 한
통을 들고 버스를 탔습니다. 버스로 가는 도중에 한국 마켓도 보이고 자주 가던 한인 거리도 지나게 되어
'저 집 음식이 맛있었는데, 저 집은 종업원이 불친절했었지' 등 이런 저런 생각에 잠시 잠겼습니다. 크게
변한 것 같지 않은 거리엔 한국 사람들이 활개를 치고 장사를 하고 한국말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남의
나라에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어느 새 내려야 할 버스 정류장이 가까워 오니 멀리 선생님의 은색 혼다 차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의
5년 만이라 저는 너무 반가워서 선생님과 인사를 하고 같이 수업 장소인 시니어 시티즌쎈타로 갔습니다.
장소는 변함이 없었지만 지금은 은퇴 노인들을 위한 봉사 수준의 수업을 하시더군요. 학생들도 머리가
허연 할아버지, 할머니가 대부분였습니다. 쎈타에 들어서니 옛날 생각이 나서 주위를 둘러보는데 글쎄
눈에 익은 램프가 유리장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작은 애가 고등학교 때 만들었는데 제법 커서 이사하면서
갖고 오기도 힘들고 버리기도 아깝고 해서 이 쎈타에 기증을 했었는데 아직도 잘 보관되어있는 겁니다.
전 너무 놀랍고 반가워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오기 전 날, 연필 스케치를 할테니 사진이나
거울을 가져오라고 미리 준비물도 일러주셔서 전 아이들 사진을 갖고 갔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틈에
끼어 아이들 얼굴을 스케치하는데 마치 제가 여기 살면서 수업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참

행복한 시간였다고 생각하며 다음 주에 또 오라는 선생님 말씀을 뒤로 하고 다시 버스에 올랐습니다.
*위 사진은 작은 애가 만든 램프입니다.